< 선거 공약은 스타트업과 같고, 또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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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코앞이다. 한 아름 우편물이 날아왔다. 지역구의 두 후보의 공약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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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보는 이상적인 공약 선물 꾸러미를 냈다.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본 희망을 늘어놨다. 지상으로 다니는 철도를 지하화하고, 지하철 노선을 연장하고, 투자를 유치해 새로운 산업 단지를 만들고, 구시가지 재개발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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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낼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안 보고 그냥 찍어줄 수 있다. 하지만 이뤄질 수 없는 거짓 희망이라는 건 후보도 알고, 찍는 사람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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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후보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열차를 지하로 넣는 대신 교통 허브를 제안한다. 재개발이나 산업 단지 대신 지식/문화/예술 거점을 만들고 체육과 문화 시설을 더 만들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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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상상할 수 있고 그려지는 공약이다. 스케일은 상대적으로 소박하다. 흥미를 끌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이 사람을 찍으면 적어도 이런 건 기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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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공약의 결말은 늘 같다. 어느 후보를 찍든 간에 공약은 선거가 끝나면 모두 잊혀진다. 말한 사람도 찍은 사람도 잊어버린다. 언제나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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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상과 현실의 고민은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투자 유치를 위해 IR을 할 때도, 구성원에게 새로운 목표와 비전을 설명할 때도 이상과 현실의 고민은 늘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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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비전은 흥미를 끌지 못한다. 투자자의 맘도 구성원의 맘도 절대 얻지 못한다. 반대로 아주 원대한 목표도 매한가지다. 어떻게 거기 갈 거냐고 묻는 질문에 정교한 답변을 하기 어렵다. 열정과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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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타트업은 정치와는 결말이 다르다. 어쨌거나 이상과 현실 모두를 껴안고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고된 하루하루를 버티며 '현실'을 헤쳐나가더라도, 가슴 한편에는 꿈같은 '이상'을 늘 담고 있다. 그 이상이 실패와 역경을 넘고 뚜벅뚜벅 걸어갈 동력이 되기 때문에. 잊혀지지도 않고 잊어서도 안된다. 이상과 현실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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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순 때문에 힘들지만, 또 이런 모순 때문에 즐겁다는 게 참 모순인 게 스타트업 라이프다 🚀


선거 공약의 이상과 현실. 스타트업과 같고, 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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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3일 오후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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