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읽기’는 앞으로 엄청난 경쟁력이 될 겁니다

1. ‘깊이 읽기’는 눈앞에 적힌 활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 활자들 사이, 그리고 그 활자들 너머를 읽는 것이다.

2. (다시 말해) ‘깊이 읽는다’는 것은 텍스트 너머로 가기 위해 활자 사이로 다이빙하는 것이다. 텍스트를 깊이 있게 읽을 때 사람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에게 감정이입한다. 역지사지 관점에서 그 사람이 되어 본다.

3. <다시, 책으로>를 쓴 매리언 울프는 이런 ‘깊이 읽기’를 인간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생성적 순간으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깊이 읽기’에서부터 창의성이 촉발된다는 얘기다)

4. 눈앞에 펼쳐진 활자나 이미지를 재미있게 소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반추하면서 적혀 있지 않은 것까지 사유하며 자기 자신과 동시대, 그리고 인간의 운명에 대한 앎과 깨달음을 생성해내기 때문.

5. (그렇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이런 ‘깊이 읽기’는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보다) 어렵다. (게다가) 읽기는 누적적인 것이다. 누적된 것이 없으면 읽기는 고통의 과정이다.

6. 그러니 긴 이야기를 읽는 것은, '쾌감'이 아니라 '고통'을 유발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깊게 읽기’란 즐거움을 유예하는 과정이며, (깊이 읽기 위해선) 그 유예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7. (비유를 하자면) 드라마처럼 ‘다음 화에 계속(to be continued, 절단 신공)’이 주는 아쉬움을 설렘으로 바꿀 수 있어야, ‘긴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8. (즉)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 기다림이 설레는 사람만이 ‘긴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9. 책 <도파민네이션>의 저자인 ‘애나 렘키’에 따르면, 사람들은 도파민에 ‘중독’될수록 점점 더 유예되는 일체의 쾌락을 폄하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고 한다. 즉, 보상으로서 쾌락은 즉각 주어져야 하며 그렇지 않고 지연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의미부여를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애나 렘키는 이를 ‘지연 가치 폄하’라고 부른다.

10. (하지만 정말 중요한 깨달음이나 위대한 것들은 대부분 유예되어 한 발 늦게 온다. 즉, 위대한 많은 것들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11. (그런 의미에서 ‘깊이 읽기’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연습을 하는 것일 수 있다)

12. (그리고 숏폼 등 단기적 콘텐츠 소비가 늘어날수록, 깊이 읽는 역량은 점점 더 고귀해질 것이다. 깊이 읽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

쇼츠 중독? 기다림이 설레는 사람은 '긴 이야기' 읽는다

한겨레21

쇼츠 중독? 기다림이 설레는 사람은 '긴 이야기'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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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3일 오후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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