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그 회사는 정말 사람 안 뽑는데 어떻게 간 거에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3년 전 A사 채용공고가 올라왔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거 내가 하고 있는 딱 그 일이잖아?’였다. 하지만 이전 회사에서 즐거운 경험, 새로운 시도를 이미 많이 하고 있었기에 이직을 해야겠다는 확고한 마음이 들진 않았다. 또 당시 채용공고 문구 중에 계속 되뇌여지는 말이 있기도 했다.


“60여 곳의 포트폴리오 회사 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조율해야 하는 일이기에 스트레스가 적지 않습니다. 많이 듣고 좋은 판단을 내리고 현명하게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해야 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강해야 하는 직군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어려운 일이겠으나, 여기에 더해 기민하게 변화의 흐름을 읽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하는 분을 모시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내성에 강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A사 입장에서는 유약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금세 이 공고를 잊어버렸다. 그렇게 두 달쯤 지났을까? ‘이회사 뭐지? 궁금해!’ 버튼이 작동했다.


며칠간 ’남아야 할 이유와 이직해야 할 이유‘를 생각했다. 지금 회사에 남고 싶은 이유는 1️⃣적응을 마쳤다 2️⃣아는 사람들이라 일하기 편하다 3️⃣무엇을 하든 반대가 없다 4️⃣거절할 일도 없다 였다.


그리고 이직을 하면 얻는 것은 1️⃣새로운 환경을 알게 된다 2️⃣모르는 사람을 알게 된다 3️⃣반대 의견을 들을 수 있다 4️⃣거절을 경험할 수 있다 였다. 특히 3️⃣&4️⃣번은 난이도가 아주 높은 것이기에 이직 포기 사유가 될 수도 있었지만, 문득 스트레스와 거절 역치를 알고 싶었기에 새 환경에 던져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들에선 거절보단 승낙이 쉬웠다. 마음이 편하려고, 또는 짧게보면 그게 일하기 편하니까 응하고 수락했던 것들이었다. 중간에서 조율하느니 결정을 토스하는 게 더 쉬운 일이니까. 상대방이 나를 전문가라고 생각해서 믿고 “할게요” 했던 일들이, 사실은 조금만 더 합당한 이유를 찾으면 안해도 되는(그리고 에너지를 더 생산적인 데 쓸 수 있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A사에 입사해서 이 답을 찾느라 꽤나 헤맸다. “이직 괜히 했나?”라는 마음이 문득 들기도 했다. 몇 달동안 스트레스를 받았고 거절과 무응답에 쉽게 마음을 다쳤다.


동시에 오기도 생겼다. “이것도 못해내면 진짜 나는 딱 그만한 그릇 밖에 안된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스트레스와 거절에 대해 상처받지 않고 감정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고 노력했다. ‘거절은 나의 인격을 해하기 위한 게 아니다. 이 일이 그만큼 상대방에게 중요하지 않는 거다. 그리고 나도 상대방에게 안된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돌이켜보면 이직의 모든 과정은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훈련이기도 했다. 소비된 감정을 남탓과 회사탓 하며 부정적으로 돌려보기도 했고,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결국 ‘이건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도, 이직 덕분이었다.


몇 차례의 이직으로 꽤 학습된 덕일까? 이제는 왠만한 무례한 요청에도 웃으며 이유있는 거절을 하게 되었고, 무조건적 수용도 덜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역치가 꽤나 높아졌다. 이제는 거절과 스트레스를 마주했을 때 “오히려 좋아, 가보자!” 퀘스트를 해결하는 긍정적 사고로 바꾸며 이른바 회복탄력성을 기르고 있다.


결국 이직은 남들과는 다른 확장성을 가질 수 있는 무기다. 무엇이든 들어가서 겪어봐야한다. 새로운 환경에 나를 내던졌을 때, 크고 작은 실패와 거절과 적응, 설득들을 발판 삼아 도약할 수 있는 근력을 길러야 한다. 길러진 근력은 언젠가 또 쓰인다.


길게 가려면 거절할 일도, 거절 당할 일도 많다. 덜 중요한 것은 거절하고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이건 이직에 국한된 것이 아닌, 나 자신이란 인간의 성장에도 필요하다. 모르는 것, 배워야할 것, 업의 심연을 넓혀나가는 과정을 겪어야 회복탄력성이 길러진다.


오늘도 취업 커뮤니티에 “워라밸과 연봉은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남기고 있다면 이젠 프레임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는 곳인가요?”인지. 그리고 오늘도 많이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단련해보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 남아야 할 이유, 떠나야 할 이유를 생각해 봤다 [점프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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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4일 오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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