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의 초속11.2㎞]기계가 야구 심판을 보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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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ABS’가 도입됐다. (ABS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인데, 쉽게 말하면 기계 심판이다.
2. 지금까지 스트라이크와 볼은 포수 뒤에 서 있는 주심이 눈으로 판정했는데, 이제 카메라를 이용한 ‘투구 추적 시스템(PTS)’으로 공의 움직임을 기계가 판단한다.
3. 미리 설정해둔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면 스트라이크, 통과하지 못했다면 볼이다. 선수들 키를 기준으로 키가 큰 선수는 스트라이크존 영역이 높아지고, 작은 선수는 낮아진다.
4. 개막 한 달이 지났고, 운영상 기술적 문제는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다만, 한화 류현진, SSG 추신수, KT 황재균 등 베테랑들이 이견을 내놓았다. ‘20년 동안 몸으로 익힌 존과 기계의 존이 다르다’는 얘기고, 규칙과 제도 도입에 있어 소통 과정이 부족했다는 주장이다. 왜 그렇게 느껴질까?
5. 실제로 지금까지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은 일종의 ‘엘리트 편향’이 작동했다. 기술적으로 완성된 공에 후한 판정이 내려졌다. 투수가 일반적으로 던지기 어렵다고 평가받는 ‘몸 쪽 깊숙한 공’은 스트라이크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6. (반대로) 포수의 사인과 반대로 던진 공, 이를테면 바깥쪽에 앉아 있었는데 몸 쪽으로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더라도, ‘야구적’으로 ‘실수’에 가깝기 때문에 볼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7. 여기에 ‘균형’을 위한 심리적 편향이 더해진다. 3볼-0스트라이크 때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고, 0볼-2스트라이크 때 존이 좁아진다. 점수 차이가 많이 나 이미 승부가 끝났다면 존이 넓어지고, 포스트시즌 같은 관심이 많고 중요한 경기에는 존이 좁아진다.
8. (그런데) 기계 심판은 이 모든 편향이 제거된다. 이런 편향까지 머리와 몸으로 모두 알고 계산에 넣는 베테랑들이 다소 당황스러워하는 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9. 그런데 편향이 제거되니 리그 전체에 묘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OPS(출루율+장타율) 기준 국내선수 상위 30명 중 30세 이상 타자는 23명이었다. 34세 이상도 12명이나 됐다. 25세 이하 타자는 겨우 4명이었다.
10. 반면, (아직 시즌 초반이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올 시즌에는 29일 기준 30세 이상 타자가 19명으로 줄었고 25세 이하 타자가 7명으로 늘었다. 상위 10명 중에는 25세 이하 타자가 4명이나 된다.
11. 투수 역시 규정이닝 50% 기준 스탯티즈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 합계를 따졌을 때 국내 투수 전체 대비 25세 이하 투수들의 비중이 지난해 46%에서 올 시즌 50%로 늘었다. 리그 최고 투수였던 안우진이 부상으로 빠졌고, 문동주, 이의리가 부진과 부상으로 계산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25세 이하 투수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12. 여기서 추론해볼 수 있는 합리적 의심과 가설. 판정의 ‘엘리트 편향’은 베테랑 스타에게 유리했던 것 아닐까?
13. 모든 전통적 시스템은 기득권에 유리하게 작동하기 마련이다. 편향이 제거되니 25세 이하 선수들이 활약한다. (그리고 이는 야구뿐 아니라, 다른 사회 분야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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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일 오후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