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소개팅을 위해 수동 마티즈를 샀나?

1. 소개팅을 위한 수동 마티즈


얼마 전 친구들과 만나 점심을 먹으며 근황을 나누었다. 나는 Need for speed란 게임을 하면서 람보르기니보다 좋은 차가 많음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고, 지수는 별로 맘에 들지 않는 소개팅남이 자신을 보러 남양주에서 일산까지 왔다고 했다.


나는 유튜브에서 Need for speed를 검색해 보다가 람보르기니도 쳐 봤는데, 람보르기니로 여자를 꼬시는 영상에서 남자가 아무리 구려도 다 넘어왔다고 했다. 준성이는 그런 동영상이 다른 차종 별로 시리즈가 있고, 우리나라 버전도 있다고 했다.

‘남자들의 희망은 람보르기니였던 것인가...’ 하며 작은 희망과 흠씬 큰 좌절에 휩싸여 있을 때. 이를 보다 못한 지수는 은재형 친구 이야기로 자동차와 소개팅을 이어갔다.


이제는 쌍둥이의 아빠이자, 동기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은재형. 그의 친구들도 입사 초기엔 마통을 뚫어서라도 외제차를 사고 여자를 꼬시고 다녔는데, 30대 중반인 이제는 소개팅용으로 중고 수동 마티즈를 하나 샀다는 것이다.

그리고 굳이 소개팅에 그 차를 끌고 나가서, 거친 기어 변속을 하며 소개팅녀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홈 버튼이 있는 구형 아이폰을 꺼내서 "제가 기계치라서요."하며 소개팅 중 꼭 전화를 한 번 쓴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상황을 마주할 소개팅녀의 표정을 떠올리며 웃었고, 재력을 따지는 여자와 미모를 따지는 남자의 약은 만남이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행동이 단순히 소개팅녀를 골려 먹기 위함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회의 인정과 재력을 얻을수록, 스팩을 보고 오는 여자에게서 채워지지 않는 뭔가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런 여자를 떨궈내는 데에 수동 마티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었을까?


그러다가 혹여나 마음에 드는 여자가 소개팅에 나오더라도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녀가 수동 마티즈 너머의 자신을 볼 수 있는 안목까지 갖추었길 기대하며,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많은 여자들이 예뻐지기 위해 성형하고, 예쁜 자신의 미모를 타인이 알아주길 바라지만, 원래부터 예뻤던 여자들은 미모란 사라지기 쉬운 것임을 알고, 미모 너머의 자신을 봐 주길 원한다.

처음에 그는 미녀를 얻기 위해 벤츠를 샀겠지만, 어느 순간, 미녀가 자신에게 반한 건지 벤츠에 반한 건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종이를 자르기 위해 가위를 쓰듯,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 목적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도구의 사용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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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0일 오전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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