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의하면 인간이 지구에서 지금껏 겪은 것 중 가장 뜨거운 한 해는 2023년이었다. 더위에서 발화한 캐나다 산불 연기 때문에 뉴욕 하늘이 영화 ‘블레이드 러너’처럼 오렌지색으로 물들었고, 브라질에서는 더위가 아마존강의 물을 빨아들여 열대우림의 땅 상당 지대가 말라붙었다.


기후과학자들은 매해가 기록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 말은 2024년 올해 여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이며 동시에 미래에서 보면 가장 추운 한 해로 기록될 거라는 얘기다. 숨 막히는 열탕에선 뛰쳐나갈 수 있지만, 지구라는 한증막엔 열고 나갈 문이 없다.


기후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의 폭염 르뽀르타쥬 <폭염살인>을 읽는 내내 ‘열국열차’를 타고 달궈진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단테의 ‘신곡’을 읽듯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염의 지옥도를 읽다가 다급하게 제프 구델에게 SOS를 보냈다. 덥다는 푸념 대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기 위해.


1️⃣특별히 캘리포니아에서 하이킹하던 중 4시간 만에 열사병으로 사망한 젊은 가족을 책 앞부분에 배치한 이유는?

🅰️그들은 폭염의 위험이 얼마나 일상적인가를 보여준다. 폭염은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나 심장이 약한 노약자만 걱정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젊고 건강하고 부유한 선진국 사람이라도 더워서 죽을 수 있다.


2️⃣열은 어떤 방식으로 생명을 앗아가나?

🅰️열사병에 이르는 과정은 순식간이다. 해가 내뿜는 열기로 피가 따뜻해지면, 심장은 열을 식히려고 최대한 많은 피를 피부 쪽으로 밀어낸다. 피와 산소가 부족해진 간과 신장과 두뇌로 인해 시야가 멍해진다.


체온이 40.5에 달하면 몸은 에어컨 꺼진 아궁이가 되어 팔다리에 경련이 일어나고 41.6이 넘으면 세포가 망가지기 시작한다. 단백질의 매듭이 풀어지면서 몸의 내부가 녹아내리고 해체가 일어나는 것이다.


3️⃣상상할 수 있는 최악은 무엇인가?

🅰️정전이다. 정전과 폭염은 매우 위험한 조합이다. 옛날에는 더운 지역에 자연 환기 시스템을 갖춘 건물을 짓기 위해 공기의 흐름, 태양의 위치, 심지어 건물의 색까지 고려했다(멕시코나 그리스처럼 덥고 햇볕이 잘 드는 지역의 건물을 흰색으로 칠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식 건물들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에어컨만으로 모든 작업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전기가 끊기지 않으면 괜찮다. 정전되는 순간 현대식 건물은 순식간에 치명적인 대류식 오븐이 된다. 피닉스에서 극심한 불볕더위로 5일간 정전이 발생했을 때를 조사한 연구 결과는 첫 48시간 동안 13,000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에어컨은 엄청난 전기를 잡아먹으며, 도시를 헤어 나올 수 없는 폭염의 블랙홀로 밀어 넣는다. 안락한 냉방 문화는 순식간에 전 세계적인 중독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는 심지어 야외에서도 냉방을 틀었다. 2050년 에어컨은 45억 대가 넘어 스마트폰을 따라잡을 것이다.


4️⃣에어컨 없는 지구는 상상할 수 없다. 과연 우리는 에어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나?

🅰️그 누구도 에어컨 없이 살자고 주장할 수 없을 거다. 그러나 에어컨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사람이 에어컨을 극심한 더위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으로 간주해서, 에어컨을 설치하기만 하면 괜찮아질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데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우리는 괜찮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 7억 5천만 명의 사람들이 에어컨은커녕 전기 조차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기온이 41도까지 오른 어느 날, 애리조나주 전기회사는 연체금 51달러를 내지 못한 폴먼 씨 집의 전기를 차단했다. 일주일 뒤 사망한 채 발견된 그의 사인은 ‘열 노출’이었다.


에어컨을 가동하는 전력은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화석 연료에서 나오며, 게다가 우리는 바다와 숲에까지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다. 에어컨이 우릴 지켜줄 거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안락함에 중독돼서 다른 사람, 다른 종, 혹은 주변 세상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눈감으면 되겠는가.


5️⃣섭씨 1도가 상승하면 미국의 1년 GDP에서 3천억 달러가 사라지고, 아이들의 시험 성적이 떨어지고 자살, 강간, 폭력이 많아진다는 게 사실인가?

🅰️사실이다. GDP 손실은 근로자의 생산성 저하, 사업장 폐쇄, 실외 작업 중단에서 비롯된다. 사소한 듯해도 전형적인 예로, 사람들은 더운 날 아무도 식당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더위 속에서 몇 블록을 걸어가거나 과열된 차에 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당은 영업 손실을 입는다.


또 다른 예로 폭염은 작업자를 극도의 위험으로 몰아가므로 건설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공사가 지연되면 건설비용이 증가한다. 이런 모든 종류의 일들이 증폭 효과를 가져온다.


시험 점수 하락, 자살, 강간, 폭력 범죄 등 이 모든 것은 더위가 주는 미묘하지만 실제적인 심리적 영향과 관련이 있다. 더우면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논쟁을 더 많이 하고, 명확하게 생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6️⃣취재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무엇인가?

🅰️독자들이 더위 상승의 영향을 ‘볼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 다른 기후 재난과 달리 더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력이다. 창밖을 내다봐도 얼마나 더운지 알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해서 독자들에게 폭염의 위험성을 체감시켜야 했다. 열은 생명체를 멸종시키는 힘이다. 일정 기온을 넘어서면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한다.


7️⃣폭염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개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폭염의 위험성을 학습하라. 극단적 더위에 노출돼 체온이 40도를 넘어서면 우리 몸의 세포가 망가지거나 녹아내린다. 이 열의 소용돌이에서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집에 에어컨이 없다면 폭염시에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쳐서 햇빛과 열을 전부 차단하라. 폭염에 취약한 가족과 친지가 있지는 않은지 둘러보라. 나무를 심고 집을 단열하고 화석 연료 소비를 줄여야 한다. 기후 위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라. 정치인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투표해야 한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폭염살인... 에어컨이 나를 지켜줄 거라는 착각은 버려라" 제프 구델

조선비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폭염살인... 에어컨이 나를 지켜줄 거라는 착각은 버려라" 제프 구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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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0일 오전 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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