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후라이 1023

7일 동안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인천 공항을 출발해서 필리핀 마닐라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비콜이라는 공항까지 15시간을 걸렸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버스로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필리핀 시골 마을에 갔습니다.

출발과 동시에 감기 몸살 기운이 올라와 타이레놀을 4시간 간격으로 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인천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오한과 싸우며 장거리 여행을 견뎠던 것입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겨우 잠들었지만 곧 찾아온 몸살 기운으로 새벽까지 약을 먹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그다음 날부터 빠르게 몸 상태가 호전되었습니다. 현지에서 함께 일할 필리핀 청년들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교제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에 영어가 서툴러 많은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없었지만 마음으로 전해지는 정이 있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언어 장벽보다 무더운 날씨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열심히 일을 하니 지금까지 평생 흘린 양보다 필리핀에서 하루에 쏟아낸 땀 양이 더 많습니다. 그래도 즐겁기로 마음먹으니 즐거웠고, 보람 있기로 마음먹으니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봉사활동 준비가 소홀했지만 막연히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이 잘 되어 기분이 좋았던 것이 있지만, 앞으로 하게 될 모든 일을 이전보다 더 계획적으로 해보려고 다짐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안 친하고 덜 친한 사람들에게 제 본연의 모습을 60% 이상 공개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개구쟁이처럼 까불고 장난쳤습니다. 편하게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 새록새록 정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내년에도 필리핀 봉사활동을 다시 갈 거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긴 힘듭니다. 그만큼 힘든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봉사를 계속할 것인가,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추천합니다. 같이 봉사합시다.

우리에게 남들보다 시간과 물질이 더 주어진 이유는 그것을 덜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나누라는 메시지입니다. 기쁨을 나누면 두 배 이상이 된다는 말은 58000% 사실입니다. 갖고 싶은 물건을 사서 소유하게 되는 기쁨은 잠시이지만, 나눔을 통해 얻게 되는 기쁨은 영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