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에는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이 영화배우 에단 호크와 함께 ‘무대 공포'에 대해 나눈 이야기가 나온다. “엄청나게 복잡한 음악 작품을 외워서 많은 사람 앞에서 연주해야 해요. 그 책임감이란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이겨내려면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 공포증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연주를 하면 됩니다. 이걸 없앨 수는 없어요. 자신이 하는 일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마이클 래빈은 무대에서 활을 떨어뜨릴 거라는 공포에 시달렸다. 그렇게 시달리던 어느 날 그는 무대에서 의도적으로 활을 놓쳤다. 청중이 깜짝 놀라 얼어붙자, 그는 허리를 숙여 활을 잡고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거봐, 나는 아직 건재해.”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완벽한 연주를 해냈고,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다시는 무대 공포에 시달리지 않았다고 한다.


예술가는 아니지만 우리도 매일 아침 100m 달리기의 스타트라인에 서는 기분이다. 앞날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가득하고, 평범한 우리 ’소심장‘들은 늘 긴장하며 산다. ‘늦으면 어쩌나‘하는 사소한 걱정부터,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거나 남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종종 우리를 지배한다.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평범한 우리도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아하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영국의 ’압박감‘ 전문가 데이브 알레드를 인터뷰했다. 그는 저서 <포텐셜>에서 ‘중요한 건 당장 보이는 실력이 아니라 압박감 속에서 잠재력을 발휘하는 힘’이라고 했다.


1️⃣인생에서 압박감은 필연적인가?

🅰️도전 과제가 있고 그것을 달성하려 할 때 동반되는 에너지의 격렬한 회오리가 압박감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상황에서 다양한 압박감과 맞닥뜨린다. 어린아이라면 새 친구를 사귀어야 할 때, 부모라면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신규 고객 유치를 해야 하는 영업 사원, 사업 확장을 앞둔 경영자도 압박감에 시달린다.


2️⃣압박감을 잘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지 않나?

🅰️심리적 압박을 더 많이 느끼고 못 느끼고는 그 사람의 성향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들이 처한 환경이다. 인간은 기질적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컴포트존에 머무르길 좋아하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어글리존에서의 불안과 좌절,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3️⃣압박감이 오면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일반적이다.

🅰️회피는 항상 더 큰 문제를 만든다. 당신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라고 치자. 당신이 회피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남 앞에 서는 일 자체를 피하려고 들 것이다. 회피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일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불신도 커진다. 그만큼 삶의 반경이 줄어든다.


4️⃣회피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그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겠지. 미리 어떤 이야기를 할지 시나리오를 짜서 여러 번 리허설을 한 후 상황에 임할 수도 있다. 목표의식이 뚜렷하면 훈련의 성과도 높다. 나는 유명한 운동선수들의 코치로 오래 일해왔지만 노련한 선수도 매 경기에 앞서 압박감에 시달린다.


놀라운 것은 아드레날린이 증가할 때 동반되는 심박수 증가, 근육 긴장 등의 신체 증상은 최상의 기량을 끌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사실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용감해질 수 있겠는가. 우리를 압박하는 불안감을 극복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내면에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깨워 더 멋지게 성취할 수 있다.


5️⃣압박감이 그렇게 쉽게 다뤄질 수 있는 감정은 아닌 것 같은데.

🅰️물론이다. 압박감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6️⃣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우선 압박감에 대해서 새롭게 정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2011년 말, 영국 골프선수 루크 도널드가 유러피언 투어에서 상금왕을 타기 직전이었다. 도널드는 이미 두바이 월드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경기 직전 도널드에게 짧은 편지를 썼다. 그 편지의 끝은 이렇다. “초조하고 불안할 거야.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지. 그건 멋진 감정이야. 그 감정이야말로 훌륭한 경기, 명승부를 펼치게 해줄 에너지원이야.” 다행히도 도널드는 정말 중요할 때 제 실력을 발휘했다. 놀라운 성취였다.


7️⃣우리는 당신같이 멋진 조언을 해주는 좋은 코치를 곁에 두지 못했다.

🅰️가장 근본적인 기술은 ‘긍정적인 언어'다. 근거 없는 칭찬이나 모호한 단어를 쓰지 말고 ‘만약 내가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처럼 현재 시제로 써보라. 강력한 말로 감정을 자극하는 자기만의 ‘확신의 길잡이 문장’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계속 속삭여야 한다. “나는 천천히 성과를 거두고 있고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걸 알아”라고. 결승전을 앞둔 골 키커라면, ‘나는 열심히, 집중해서 훈련해 왔고 이렇게 강도 높게 연습한 이상 성공할 자격이 있다, 나는 이 경기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충분히 이길 만하다’라는 문장을 외워두는 식이다.


8️⃣한국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라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성과주의에 매여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인생에서 어느 위치에 서 있든, 계속해서 더 나아질 거라고 믿어라. 죽어야 끝나는 것도 아니다. 죽음 이후에도 평판과 해석은 계속된다. 어떤 실패도 ‘완전한 실패‘로 규정하지 말고, 기나긴 여정 중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즐겨보라.


9️⃣압박감을 잘 견뎌내면 어떤 사람이 되는가?

🅰️하고 싶은 일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고 그 결과로부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인생의 목적이 성공이냐 실패냐가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던 ‘한계치’를 넘어서 자신의 몰랐던 ‘최대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도망가지 마라, 압박감 앞에서... 결정적 순간 '멘탈갑'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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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도망가지 마라, 압박감 앞에서... 결정적 순간 '멘탈갑'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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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27일 오후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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