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iN]'가우스전자' 곽백수 작가 "웹툰의 위기? 콘텐츠의 위기!"
노컷뉴스
"웹툰의 위기가 아니라 콘텐츠의 위기라고 볼 수 있죠. '쇼츠 도파민' 중독 현상이 심화되면서 즉각적인 자극을 주는 콘텐츠가 아니면 외면을 받잖아요. 서사를 가진 스토리텔링 콘텐츠 산업 전반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봐요."
인기 만화 '트라우마' '가우스전자'의 곽백수 작가는 최근 웹툰 구독자 정체 흐름에 대해 미디어 시장의 숏폼 트렌드가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신문이나 책, 영화 등 긴 호흡으로 보고 이해하던 콘텐츠 소비 방식이 사라지고, 뉴스조차 AI(인공지능)가 요약해주는 숏폼, 간편식을 선호하면서 웹툰도 지루해 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곽 작가는 "웹툰도 호흡이 짧고 즉각적이어서 인기였는데, 그 재미를 찾으려는 자발성이나 능동성조차 떨어지고 있다. 좋은 작품이 외면받는 상황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려면 긴 호흡으로 콘텐츠 수용자가 집중해서 봐줘야 하는데, 그 기쁨을 얻으려는 시도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존 히트 장르인 오피스 개그 만화에서 갑자기 SF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 누구나 인생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지 않나. SF는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장르였다. SF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장르다. 아주 개인적으로는 글로벌 히트를 생각하고 만든, 욕심을 많이 낸 작품이다. 물론 국내 독자들의 웹툰 이용 성향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연재 초반 다양한 자극이나 장치를 써서 구독자를 모으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요즘처럼 수많은 웹툰 중에서 선택받기 힘들다. 독자들이 눈을 떼지 못하도록 롤러코스터를 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장르의 형식미를 어느 정도 따라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있다. 내용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선호하고 받아들이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파견체'는 3시간짜리 장편 영화를 2년 동안 주간 연재를 한 느낌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연재기간 끊어지는 회차로 온전하게 즐길 수 없었을 것 같다. 지금은 완결됐기 때문에 SF 장르 그대로의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웹툰 시장이 성장하면서 젊은 작가들이 크게 늘어났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메이저 플랫폼 완결 후 연재 계약을 이어가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 얼마 전 요즘 젊은 웹툰 작가들이 네이버·카카오나 어디 유명 제작 스튜디오 등에 취직한다고 말하거나 특정 플랫폼에 연재를 하며 소속감을 느낀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작가들이 시장과 산업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과정이 분명히 있지만, 작가 활동을 마치 직장 취업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네이버웹툰 연재 작가'가 무슨 벼슬쯤 되나. 만화는 예나 지금이나 경력이나 나이와 상관 없이 철저하게 실력으로 평가 받는 직업이다. 경력이나 신인이나 원고료는 별 차이가 없다. 물론 실력이 좋다고 작품 인기까지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이틀에 집착하다 보면 작품 활동의 본질에서 멀어진다.
창작과 같은 자발적 스트레스는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메이저 플랫폼 작가 타이틀이나 돈 많이 벌어 편안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부수적인 문제들로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타발적 스트레스는 건강을 헤치고 작가로서의 성장에도 방해가 된다. 만화가로서 작품에 대한 의욕이 있다면 창작처럼 재미있는 일도 없다. 쥐어짜는 고통이 있지만 창작자의 덕목 아닌가. 만화를 그리는 일 자체가 대단히 힘든 노동이다. 스트레스로 의욕을 상실해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 마인드셋이 필요한 일이다.
▶웹툰 구독자수가 정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과밀된 웹툰 시장에 위기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웹툰의 위기가 아니라 콘텐츠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쇼츠 도파민' 중독 현상이 심화되면서 즉각적인 자극을 주는 콘텐츠가 아니면 외면을 받고 있지 않나. 이 현상이 서사를 가진 스토리텔링 콘텐츠 산업 전반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본다. 웹툰은 자발적 소비에 속하는 데 반해 숏츠와 같은 영상은 능동성이 떨어지고 대체로 비자발적이다. 잠깐만 봐도 15초, 20초짜리 콘텐츠 10개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 비자발적 소비로 인해 그만큼 공을 들인 좋은 작품들이 외면받는다. 웹툰의 소비가 주춤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우리 만화·웹툰이 지속해서 사랑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 플랫폼의 인기 작품들을 보면 뭔가 다 비슷비슷하지 않나. 제목은 기억하지만 누구의 작품인지 구분이 안 된다. 자기만의 작화 색깔을 가지고 스토리와 연출의 힘으로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편중 장르나 특정 스토리들이 잘 되니 나도 그 인기에 편승해보자고 뛰어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미 레드오션이다. 트렌드를 쫓아만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색깔을 입히는 것이 본질이다. 그게 문화산업이 성장하는 힘 아닌가.
트렌드를 쫓아가는 산업적 흐름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다양성을 가진 작품들이 늘어날 때 그 시장이 건강하고 오래 간다는 점은 우리가 체험적으로 익히 알고 있지 않나. 나도 작품을 통해 노력하고자 한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168655?utm_source=naver&utm_medium=article&utm_campaign=202406280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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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30일 오후 2:35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하기)보다 똑게(똑똑하지만 게으른) 리더가 되라.’ 리더십 코칭에서 빠지지 않는 훈수다. 현장 리더들의 말을 들어보면 실행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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