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캘리포니아 얼바인에서 해외인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국민대 학생 9명과 멘토링을 할 기회가 있었다. 많은 질문이 있었지만 그 중의 하나는 취업을 할지 진학을 할지에 관한 것이었다. 정답이 있지는 않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회로 나가기가 겁나서 혹은 이걸 배워두면 좋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공부를 더 하지는 말자. 시간과 돈이라는 중요한 자산을 그다지 도움이 안되는 경험을 하는데 쓰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관련 주제에 호기심이 크고 정말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다면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여기서 호기심이란 불안감이나 조바심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조금은 더 학문적인 관심을 이야기한다. 분명한 목적이란 취업을 목적으로 해외 진학을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한 학생의 경우 이미 일을 해본 경력이 3년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한 토픽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대학원실에서 리서치를 잠깐 해보면서 엄청난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 박사 과정에 대한 열망이 생겼는데 이 분야가 앞으로 저문다면 5년이란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나는 박사를 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박사를 한 동료나 팀원들과 일을 하면서 느꼈던 점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박사 학위 자체로 배우는 직접적인 전문성과 경험(Primary Learning)은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내 팀원들 중에는 네트워크나 보안으로 박사를 받았지만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박사 논문을 쓰면서 리서치하고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참을성있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무형의 배움(Secondary Learning)이 있다. 이 배움이 사실은 박사 과정에서 생기는 더 큰 열매가 아닌가 싶다.
어찌되었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꼭 안 좋은 방향에서만 보지 말고 좋은 방향에서 보면서 밸런스를 맞춰보라고 이야기했다. 길게 보면 한 거는 덜 후회하지만 안 한 것은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박사로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비슷한 논리는 기초학문에도 다 적용된다. 수학이나 물리 등에서 배우는 지식이 예를 들어 IT 도메인에서 일을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나 싶을 수 있지만 깊게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은 간접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OpenAI의 정형원 박사가 지난 9/21일 케이나잇에서 했던 이야기가 본인이 수학을 깊게 공부했던 것이 AI 모델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정말로 좋은 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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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일 오후 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