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리더들이 갖는 관리와 통제에 대한 집착은 조직에 종종 해가 되곤 한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기어트 홉스테드의 국가별 권력간격지수에서 한국은 60을 기록하며 오스트리아(11), 덴마크(18), 미국(40), 심지어 파키스탄(55)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한국의 사회 내 권력이 강자쪽으로 심하게 쏠려 있음을 뜻한다.


<뺄셈의 리더십>을 출간한 김인수 매일경제 논설위원은 더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리더들이 쥐고 있는 관리와 통제에 대한 권한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사의 통제가 강한 조직의 조직원들은 상사가 시키는 것 이외의 것을 생각하기 어렵다. 비판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예로 미국 신시내티 의과대학 정신과 의사인 찰스 호플링이 간호사 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필스 스터디이다. 스스로 의사라고 밝힌 남성이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절대 따라서는 안 될 지시를 한다. 특정 병동에 있는 특정 환자에게 에스트로텐(astroten) 20㎎을 투약하라는 것이다.


이 지시를 따라서는 안 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1)첫째, 간호사는 전화를 건 사람이 의사인지 아닌지 모른다. (2)둘째, 처방이 따로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지시만으로 투약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3)셋째, 20㎎은 적정 투여 용량의 2배로 과다했다. (4)넷째, 이 약은 처방 가능한 약 리스트에 없던 약으로 공인되지 않았다.


실험 결과 22명 중 21명인 95%의 간호사가 지시 받은 그대로 환자에게 투약하려고 했다. 김 논설위원은 이를 두고 “의사의 통제에 순응하도록 훈련이 된 간호사들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예로 김 논설위원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중국에 남기로 결정한 미군포로 21명과 영국군포로 1명을 들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중국군에 고문을 당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런 행위는 없었다.


중국 공산당이 그들에게 시킨 것은 '공산당이 좋아요'라는 문장을 쓰게 하고, 소리 내서 읽게 한 후 다른 포로들과 토론을 하게 한 것이 전부였다. 이 과정 속에서 통제에 순응하며 중국 공산당의 이야기를 반복한 포로들은 결국 그들과 사상이 똑같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원들이 비판적 사고를 통해 중심을 잡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바로, 리더의 권력을 빼야 한다. 하버드대의 한 교수가 100명의 대학생을 20명씩 5개조로 만들어서 에베레스트 등반 실험을 한 결과 리더의 권력의지가 약한 팀은 76.2%의 등반 성공률을 보였다.


반면 리더의 권력의지가 강한 팀은 이보다 낮은 59%를 보였다. 단 하나의 해결책만이 존재하는 과제가 아닌 경우 리더가 부하직원의 의견을 많이 이끌어냈을 때 더 높은 성과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현대의 경영은 과거에 비해 여러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에베레스트 등반과 비슷하다.


2️⃣또한 리더는 판단을 빼야 한다. 1989년 미국의 석유화학기업인 엑슨의 발데즈 호는 알래스카의 암초와 부딪혀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 이때 엑슨의 리더들은 뺄셈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한 직원이 “바다표범을 풀어서 기름을 다 먹게 하자”라고 말하자 팀장은 해당 직원을 멍청하다고 무시하는 대신 “바다표범이 아니면서 기름을 먹는 건 없겠냐?”고 되물은 것이다. 이에 기름 먹는 박테리아를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해보게 되는 등 다양한 접근을 할 수 있게 됐다.


리더가 권력을 줄이고 판단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 뇌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사람에게 불안을 주면 상대를 신뢰하는 뇌의 기능이 아예 닫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뇌에서 신뢰를 담당하는 전전두엽피질과 불안•두려움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각각 배타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맹수를 만났을 때 두려움만 느껴야 하는데 전전두엽피질이 열려 맹수를 신뢰하게 되면 사람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전전두엽피질은 닫히고 편도체만 열린다. 그러나 리더는 부하직원들이 자신을 맹수로 느끼는 대신, 신뢰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지하게 해야 한다.


김 논설위원은 권력과 판단을 내려놓은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으로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하지유지(下知有之)를 제시했다. 부하직원들은 리더의 존재만을 알 뿐 통제나 관리가 없기 때문에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리더가 좋은 리더라는 것이다.


하지유지 리더의 예를 현재에서 찾자면, 빈라덴 사살 작전 당시 군인 등 전문가들에게 주요 자리를 내주고 구석에서 작전을 지켜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있다. 또한 20세기 최고의 지휘자로 꼽히는 레너드 번스타인은 손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연주하는 단원들을 그저 쳐다보기만 하면서 지휘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Insight] 버려라! 부하가 창조적 파트너로 거듭난다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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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6일 오전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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