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용기란 해를 입을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나서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 언어적 물리적 폭력 또는 차별, 성추행 등을 당하는 상황 같이 불의한 상황에서 직접 또는 경찰에 신고를 하는 형태 등으로 나서겠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러겠다고 답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이 행동에 나선다.


왜 어떤 사람들은 나서고 어떤 사람들은 나서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할 때 흔히 다음의 프로세스를 이야기 한다. 이 중에서 하나 또는 여러 개가 어긋나는 경우 도덕적 용기가 나타날 확률이 줄어든다.


1️⃣도덕적으로 그릇된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는 상황 인식

2️⃣불의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나라도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것

3️⃣상황을 바꿀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선택하기(직접 개입 또는 신고하기 등)

4️⃣개입했을 때의 리스크에 대한 인식


예를 들어, 뭔가 잘못되었다고 인식하는 것에 실패하면 개입할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는 것이다. 또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지만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거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에도 행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상황 인식도 제대로 되었고 책임감도 느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지만, 불이익이 닥칠 위험성이 크다고 인식하는 경우에도 쉽게 도덕적 용기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 이런 프로세스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안나 바우메르트 독일 부퍼탈대 연구팀은 일상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불의를 접했을 때 어떤 사람들이 나서고 나서지 않게 되는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조사했다.


1108 명의 참가자들에게 7일 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을 목격했는지, 화나 두려움을 느꼈는지, 상황을 중재해야 한다는 책임감, 자신이 효과적으로 중재할 수 있다고 믿는 효능감, 나섰을 때의 리스크, 문제 상황의 심각성, 불확실성 등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여러 감정 중 ‘화’는 불의를 참지 않고 나서게 만드는 반면, ‘두려움’은 나서지 않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섰을 때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이 크다는 판단 또한 개입할 확률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것과 자신이 나서서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자신감(효능감)’이 도덕적 용기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평소 도덕적 민감성이 낮은 것(“이게 뭐가 나빠? 이 정도는 괜찮아”)과 불안이 높은 성향은 도덕적 용기와 부적 상관을 보였다. 그리고 도덕적 해리 또한 불의에 맞설 확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덕적 해리란 흔히 도덕적 정당화(“이 정도의 거짓말은 되려 유익할 수 있어”), 완곡어법 사용(“훔치는 게 아니라 빌리는 거다”), 피해 축소(“별로 해롭지 않은 일이야”), 책임 전가(“착하게 살기에 각박한 세상이야”), 책임 회피(“나만 그런 게 아니고 다들 그랬다”) 등의 과정을 통해서 나타난다.


실제로 최근 대통령의 담화와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논리에서도 위의 요소들을 그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래도 분노와 나라도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 연대할수록 더 강해진다는 효능감을 느끼고 있는 시민들도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불의와 싸운다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부디 보답할 수 있길 바란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자신감과 책임감이 '도덕적 용기'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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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자신감과 책임감이 '도덕적 용기'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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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4일 오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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