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매일 아침 딸과 함께 출근을 합니다. 딸은 유치원으로, 저는 회사로 출동합니다. 공교롭게 딸이 다니는 유치원과 제가 다니는 회사가 같은 방향입니다. 유치원과 회사와의 거리는 약 2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으니 제 기준으로 가까운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딸이 다니는 유치원은 통학 버스를 운행하지 않습니다. 매일 딸을 데리고 등원과 하원을 시켜야 하는 일이 상당히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돌봄 학교를 운영하는 곳이라 맞벌이하는 부부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자녀를 보낼 수 있는 유치원입니다. 


딸은 유치원 근처에 도착하면 갑자기 몸을 배배 꼬기 시작합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를 채지만, 애써 모른 척합니다. 그럼 용감하고 당당한 딸은 과자를 사러 편의점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딸을 사랑하는 아빠는 매일 단 음식을 먹으면 치아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가랑비에 옷이 흠뻑 젖는 듯 가난한 용돈 통장에서 돈이 줄줄 새는 것을 알지만, 편의점에서 아낌없이 딸이 원하는 젤리와 초콜릿을 사줍니다.


유치원 들어가기 전에 달콤한 초콜릿 하나를 먹고 가고 싶다는 딸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추운 겨울 날씨를 피해 따뜻한 커피 전문점에 들어갑니다. 그럼 또 용돈을 털어 커피 한 잔을 시켜 마십니다. 제 가계부에 지출 내역을 보면 오전 9시에서 오전 10시 사이 소비가 가장 많을 것입니다. 사실 지출이라고 해봐야 1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짠돌이로 살기로 작정한 인생에서 하루 1만 원 지출은 너무 많습니다.


이제는 거의 매일 방문하는 커피 전문점 바리스타 님이 저와 딸을 알아보시고 준비된 메뉴와 함께 물을 한 잔 내어 주십니다. 물은 단것을 섭취하고 목이 마르다고 이야기하는 딸을 위해 준비된 것입니다. 따뜻하고 친절한 배려 덕분에 자칫 과소비와 분주한 마음으로 살짝 언짢은 심기가 누그러집니다. 바리스타 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 꼭 전달이 되면 좋겠습니다.


딸이 산 초콜릿과 커피 전문점에서 주문한 라떼를 한 잔 마시며, 딸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출근하기 바쁜 아침에 왜 내가 매일 딸의 유치원 등교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집을 나서는 순간에 매일 불평을 합니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초콜릿을 사들고 커피 전문점에서 라떼를 마시는 순간에 불평은 사라지고 매일 감사하다는 마음이 듭니다. 제 마음이 어찌나 간사한지 돌이켜보면 부끄럽지만, 그래도 감사한 일이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딸과 함께 출근해야 하는 이 순간이 나중에 시간이 흘러 딸이 훌쩍 자랐을 때, 돌이켜보면 얼마나 축복된 순간이었나 회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딸이 자라서 더 이상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뭐든지 할 수 있게 되면 손을 잡고 편의점에 갈 일도, 커피 전문점에 앉아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을 일도 별로 없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상상하니 조금 슬프네요.


이렇게 소중한 순간임을 직감하면서도 아침에 차가 막히면 짜증 내고, 딸이 귀찮게 이것저것 주문하면 또 짜증 내고, 제 컨디션이 별로 안 좋으면 더 짜증 내는 모습이 부끄럽고 딸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이렇게 말하고도 오늘 아침 짜증 내지 않을 자신이 많이 부족합니다. 감사를 기억하고, 멘탈을 붙잡는 일이 정말 어렵습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사람을 위해 산다는 것이 무척 힘듭니다. 다른 사람이 남도 아닌 사랑하는 가족인데 말이죠.


하물며 가족을 향한 마음이 이런데 직장 동료나 이웃을 어떻게 내 몸과 같이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미션 임파서블처럼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만나는 사람들이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그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못 할 일도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이 결심이 오늘과 내일 지치지 않고 끝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날마다 동료와 이웃의 소중함을 떠올려야 할 것입니다.


소소한 일상 가운데 감사한 일들을 발견해 보세요. 그 감사한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돌이켜 보세요. 이 순간이 어쩌면 인생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임을 기억해 보세요. 오늘이 우리에게 가장 행복한 날이 되는 건, 우리의 결심에 달려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하루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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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1일 오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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