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 vol.69 ] ⟪허송세월⟫

📌 이럴 때 추천해요 : "글 쓰는 사람의 요란하지 않는 생명력을 느껴보고 싶을 때"


01 . 박완서 선생님께서는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떠올릴 줄 아는 사람은 글을 써야 할 의무가 있고,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표현해 낼 줄 아는 사람은 더더욱 글을 써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풀어서 해석해 보자면 A를 보고 B를 생각해 내는 것도 재주지만, A를 여러 개의 다른 A로 재탄생 시킬 줄 아는 표현력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얘기겠죠.

그리고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별다를 것 없는 우리의 삶이 그래도 한층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니까요.


02 . 저는 표현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 속 저마다의 생각이 펼쳐져 있는 것이 에세이지만 그 안에서 발견되는 반짝이는 표현들을 보고 있으면 '이래서 글을 읽는구나'하는 그 감칠맛이 느껴지거든요. 그리고 저는 그런 맛을 제대로 품고 또 내보일 줄 아는 분이 다름 아닌 김훈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저는 김훈 선생님의 소설보다 당신이 쓰신 산문들을 훨씬 더 자주 찾게 되더라고요.


03 . 김훈 선생님은 그저 '겪은 일을 겪은 대로' 썼을 뿐이라고 말씀하셨지만 ⟪허송세월⟫이라는 이름에 담긴 글들은 정말 말 그대로 결코 만만치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정서가 담겨있고, 그 정서들을 이른바 '김훈 체'라고 하는 그 담담하고 묵직한 어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별것 아닌 경험들을 소개하는 중에도 피부에 와닿는 생동감이 느껴지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해줄 때도 마치 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본 사람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거겠죠. 그래서 저는 김훈 선생님의 에세이에는 요란하지 않지만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특유의 호흡이 있다고 봅니다.


04 . 책은 총 3부로 나눠져있는데 1, 2부에서는 당신이 직접 느끼고 고민하고 생각한 것들을, 3부에서는 누군가의 생각을 빌려와 곱씹은 내용들을 전달합니다. 저는 이런 밸런스마저도 매우 좋더라고요. 인생의 노년을 살아나가는 베테랑 작가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고집스러운 생각들 사이로 또 누군가의 관점을 새로 끼워 넣을 줄 안다는 게 진정한 프로처럼 보이기도 하니까요, 글을 쓰는 사람의로서의 예의와 품격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무리는 아닐 겁니다.


05 . 물론 이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죠. 노년과 죽음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책이고, 심지어 그 제목조차 '허송세월'인데 거기서 어떤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냐고요.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누구나 '아...!'하고 깨닫는 부분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깨닫는 것들은 전에 모르던 것을 새롭게 알아서라기 보다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표현들을 주워 담는대서 오는 것일 거고요.

그래서 이런 분들이 에세이를 많이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글을 통해 누군가의 그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나 또한 그 에너지를 전달받을 수 있으니 말이죠. 더불어 조금은 추위가 가라앉는 요즘, 여러분에게도 이런 류의 글을 한 번 권해보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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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7일 오후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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