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기록법〉 서평 - 나만의 단축키를 찾아서

“어쩐지 자책만 남는 숙제 같은 기록이 아닌, 빛나는 조각을 모으는 나만의 기록법을 만나보세요.”


책의 부제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읽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에디터 10인의 노트’.

이 책은 평균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현직 에디터들이 자신의 기록법과 콘텐츠 기획 노하우를 풀어낸 에세이 모음집이다. 김지원 인스피아 발행인을 비롯해 캐릿, 폴인, 뉴닉, 어피티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는 에디터들이 각자의 고유한 시선으로 기록을 이야기한다.


표지부터 신선했다. 에디터 10인의 노하우를 단순히 모아놓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키보드 단축키를 매개로 각자의 기록 철학을 풀어낸다. Ctrl + N (New Page), Ctrl + F (Find), Prt Scr (Print Screen), Ctrl + B (Bold) 등 익숙한 키 하나하나가 각 에디터의 시선과 사고를 상징한다.


업무 중 수없이 누르는 단축키지만, 책을 읽고 나니 그 단어에 담긴 철학이 떠오른다. 이제 Ctrl + S를 누를 때마다, 저장 이상의 의미가 느껴질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콘텐츠를 소비할 때도, 생산할 때도 많은 기준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완벽한 기록법’은 환상에 불과하며, 결국은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숙제처럼 따라 하는 기록이 아니라, 내 감각과 리듬에 맞는 방식이 가치 있다는 것을.


책에 실린 에디터들의 문장을 빌리자면,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써도 괜찮고, 메모와 메모 사이를 산책하듯 누비며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으면 된다. 기억은 달아나지 않는다. 흩어져 있던 파편은 필요할 때 다시 모여 유용해질 것이다. 그리고 내 시간을 끌어당기는 것에 정성과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야말로 관찰의 시작이다. 그렇게 '발견하고 연결하는 일'이 곧 에디터의 정체성이다.


나는 마케터이지만, 에디터라는 직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실무에서 함께 일하는 일이 잦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편집하는 모든 과정에서 에디터적 감각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나의 삶의 태도와 가장 맞닿아 있는 직업군이기도 하다. 세상을 관찰하고, 정리하고, 의미를 붙여가는 사람. 그런 삶의 방식 자체가 내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 책은 단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에게 맞는 툴과 습관, 리듬을 찾아가는 여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에게도 그런 단축키가 있을까?
아마도 Ctrl + V (붙여넣기) 가 아닐까. 내 일상은 수많은 복사와 붙여넣기의 연속이지만, 단순한 반복이 아닌 _재구성_과 _재해석_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간다. 복사된 레퍼런스를 나만의 방식으로 편집하고, 나만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창작이 시작된다.


책의 날개에 적힌 한 문장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에디터는 허무주의에 빠지거나 냉소하는 대신, 기어코 의미를 만들어내는 직업이므로.”


이 문장은 에디터뿐만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무엇을 하든, 누구든, 각자의 인생에서 의미를 만들어내야 하기에.

그래서 우리에겐 기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록은 언젠가, 더 선명한 세계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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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5일 오전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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