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팔순 생일 잔치



어제는 가족끼리 모여서 아버지의 팔십 번째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평소보다 거창한 음식점을 예약해서 식사를 했습니다.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적은 현수막을 걸고 고깔모자도 쓰고 작은 이벤트를 했던 것입니다. 아버지가 기뻐하는 모습과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아내는 생일 축하 이벤트 사회를 보았습니다. 먼저 생일 축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이벤트 시작을 알렸습니다. 다음 순서는 아들의 마술 쇼입니다. 최근 마술에 빠진 아들이 본인 생일에 장만한 마술 도구와 유튜브 채널에서 마술 영상을 시청하며 익힌 마술을 선보였습니다. 제법 그럴듯한 손놀림이 신기한 듯 관중이 된 우리 가족은 연신 박수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들에게 이런 제주가 있다니 놀랍고 대견합니다.


다음 순서는 또 아들과 아내의 리코더 연주였습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리코더로 연주했습니다. 연습할 때보다 훨씬 더 매끄러운 연주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연습하는 순간에는 리코더가 이상한지 삐걱거렸는데, 본 무대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또 아들이 든든하고, 아내에게 고마웠습니다.


다음 순서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 시간입니다. 아들 대표로 제가 아버지께 편지를 썼습니다. 오늘 새벽 부리나케 작성한 한 장의 편지를 큰 소리로 읽었습니다. 내용은 80년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고, 믿기지 않고 아버지께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진작 어른이 된 아들이 더 효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앞으로 건강하시면 좋겠다고, 그리고 어머니와 다정하게 지내시면 좋겠다는 메시지였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각자 준비한 선물을 증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가정은 딸이 대표로 선물을 할아버지에게 드렸습니다. 원래 계획은 딸도 특별 댄스 무대를 준비하는 것이었으나, 부끄러워하는 딸에게 억지로 춤을 추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역할을 맡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선물 증정 대표자로 세웠던 것입니다. 뭘 해도 예쁜 녀석은 할아버지에게 삐죽삐죽 걸어가 귓속말로 생일 축하한다고 이야기하며 선물을 드렸습니다.


잔뜩 배가 부르게 식사를 하고 가족 단체 사진을 찍으며 생일 축하 이벤트를 마무리했습니다. 아버지의 머리와 마음속에 행복한 순간으로 계속 기억되는 생일잔치였다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괜히 서글픈 일입니다. 흰머리가 나고 순발력이 떨어지고 더 이상 젊지 않다는 느낌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제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그런데,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제 마음은 언제나 결혼 전에 부모님과 함께 살던 순간에 머물러 있는데, 훌쩍 지나간 시간 동안 저도 부모님도 많은 세월을 보낸 사람들처럼 더 어른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을 뵐 때면, 아직도 스무 살 시절에 철없는 아들이 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저는 마흔이 넘고, 아버지는 팔십이라니 심리적 괴리가 커서 현실이 잘 인정되지 않습니다.


제가 부모님에게 할 수 있는 효도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뿐입니다. 가정을 지키느라 자주 연락도 못 드리고, 찾아뵙지도 못하지만, 가끔 뵐 때 건강한 모습, 행복한 가정으로 살고 있다고 보여드리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부모님도 건강하신 것만으로 자식 입장에서 참 감사합니다. 여기저기 아픈 곳이 있지만, 건강하게 생활하고 이렇게 웃으며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축복입니다.


아무도 시간을 거슬러 젊음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세월이 지나가는 동안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은 할 수 있습니다. 운동하고 책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만으로 건강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 더 큰 기쁨이 있을까요? 물질적으로 조금 부족해도 웃을 수 있고, 사랑한다는 표현할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가족이 된다고 믿습니다.


오늘은 사랑하는 가족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 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더 신경 써서 행동해 보세요. 우리 삶이 조금 더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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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0일 오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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