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다녀요'라는 말에 아무도 무슨 일을 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

1. 네이버를 두 번 다녔다. 퇴사 후 다른 회사들을 거쳐 다시 입사했다. 지금은 모르겠으나 당시에는 비개발 직군 재입사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표와 창업자의 컨펌까지 필요했다. 다른 이유는 아니다. 사례가 없던 예외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2. 네이버 다녀요. 낯선 누군가를 만나서 나를 소개한다. 그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회사의 브랜드와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네이버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직장인이었다. 누구나 알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회사를 다니는.

​3. 쿠팡과 마이리얼트립. 전자는 전 국민이 아는 회사고, 후자도 여행씬에서는 선 굵은 회사가 됐다. 하지만 내가 합류했을 때는 전혀 아니었다. 그저 이제 막 시작하는 작은 스타트업이었을 뿐이다.

​4. 쿠팡에 있을 때 로켓배송을 런칭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받아요. 지금은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 당시에는? 그 누구도 그게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다. 심지어 만드는 사람들조차도.

​5. 쿠팡 다녀요. 그게 무슨 회사인데? 당시 네이버 동료를 만났다. 하는 일을 설명했다. 아, 배송하는구나? 구구절절 설명해도 이해시키지 못했다. 그게 맞아요. 대화의 매듭을 짓기 일쑤였다.

​6. 마이리얼트립도 똑같았다. 당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란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줄여서 마리텔이라 불렀다. 마이리얼트립의 약자는 마리트. 둘의 단어를 모두 다 헷갈려 했다.

​7. 그때의 여행 시장은 패키지 상품뿐이었다. 여행을 원하는 고객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자유여행의 수요를 받아내는 가이드 투어 시장의 크기는 가늠되기 전이었다. 역시나 하는 일의 설명은 쉽지 않았다. 그냥 여행사구나. 정확한 설명 보다 쉬운 마무리로 끝낼 때가 많았다.

​8. 지금, 스페이스오디티도 낯설다. 우리는 팬 중심의 케이팝 생태계를 꿈꾼다. 소비자인 팬에게 쉽고 재밌는 덕질을, 아티스트에게는 새로운 팬이 생기게 돕는다. 이 일은 엔터 사람에게도 생소하다. 씬을 바꿔보려는 시도니까. 평범한 소비자는 이해하기 더 어렵다. 아직은.

​9. 회사는 내가 아니다. 멋진 회사명, 그 테두리 안에 있을 때는 회사가 나인 거 같다. 파트너를 대하거나 주변 사람을 만날 때도 역시 동일시된다. 그게 바로 직장인이다. 회사의 미래가 나의 미래인가? 나의 미래는 회사인가? 당연히 둘 다 아니다. 착각하면 안 된다.

​10. 직업인은 다르다. 어디에 적을 두고 있건, 가치는 내가 만든다. 나의 역량이 곧 나의 가치다. 주어진 문제를 풀고,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다. 회사명도 내가 하는 일도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중요하다. 오히려 내가 회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11. 평생직장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기술로 일자리도 사라진다. 직업인으로써의 내 정체성은 무엇일까.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성장할지의 고민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직업'인으로 성장하는데 스타트업은 좋은 '직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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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2일 오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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