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어제는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었습니다. 새벽에 일찍 수영을 다녀온 뒤, 급하게 투표소로 향했습니다. 요즘은 많은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통해 미리 투표를 마치기에, 정작 선거 당일의 투표소는 예상보다 한산했습니다. 선거일은 임시공휴일이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지만, 어제는 유난히 마음이 무겁고 엄숙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마음을 다해 응원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선거 이전에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정한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라면 이제는 진심으로 지지하고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분열된 이 나라가 새로운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빠르게 회복되고, 국민들 사이에 사랑과 연대의 정서가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이미 경제는 충분히 어렵습니다. 먹고사는 일조차 팍팍한 상황에서, 정치적 의견 차이로 서로 상처 주고 싸우는 일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합니다.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잘 살아가는 시대가 오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어릴 적엔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배웠습니다. 마음속으로 지지하는 후보가 있더라도 승산이 낮다면 그 표는 ’사표(死票)’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비록 당선 가능성이 낮더라도, 정책과 철학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다면 그를 선택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믿습니다. 설령 당선되지 않더라도, 나는 나의 믿음을 표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단 한 번도 반장이나 임원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선거에 출마한 경험도 없습니다. 그래도 늘 상상해봤습니다. 내가 반장 선거에 출마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당선도 중요하겠지만, 친구들에게 얼마나 표를 받을 수 있을지가 더 긴장될 것 같았습니다.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들이 나를 찍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마음이 무너질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많은 표를 얻지 못한 후보라 해도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기간 동안 정책을 알리고 국민의 지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그 열정과 수고는 반드시 인정받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치란 대통령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함께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낙선한 후보들에게도 격려와 박수를 보내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협력과 통합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길입니다.


어제 방송에서는 이번 대선 투표율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 정치 평론가는 거의 모든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향한 것은 지금의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몸이 아파 움직이기 어려웠던 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치였습니다. 최근 우리가 겪은 사회적 혼란이 그만큼 컸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의사를 반드시 표현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투표소를 찾은 결과라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온 세월이 아주 길진 않지만, 지난 40여 년 동안 대한민국엔 수많은 사건과 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이슈들은 유독 더 무겁고 깊게 다가왔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이 땅의 많은 이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이야말로 정말 잘해주길, 국민의 아픔을 다독이고 이끌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투표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저와 같은 마음이길 바랍니다. 이제는 더 이상 서로를 나누지 않고, 함께 나아가는 평화의 시대가 펼쳐지길 바랍니다.


당장 내일부터 대한민국에 진정한 평안이 깃들고, 이웃을 향한 사랑이 실천되며, 삶의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는 국민이며, 충분한 능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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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4일 오전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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