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는 하나의 제품입니다. 제품의 사용자는 기업의 채용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이력서라는 제품을 보고 기업에 영입을 검토합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입니다. 구직자는 이력서라는 제품을 만들 때 사용자가 마음에 들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제작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력서라는 제품을 제작하는 사람은 사용자에 대해서 알아보려는 시도와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제작하려는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마음대로 결정하여 이력서라는 제품을 제작합니다. 그래서 이력서를 읽어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지원자 본인만 아는 내용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현대인들은 글자를 읽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읽고 깊게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아이러니입니다. 글자를 읽고 싶지 않은데,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글자로 가득한 이력서로 입사 지원자를 받고 평가하고 있는 현실이 웃픈 것 같습니다. 어쨌든 현실이 그러하니, 취업을 희망하는 이력서 제품 제작자인 우리는 제품 평가자인 기업 채용 담당자가 글자를 읽고 싶게 만들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글이 읽고 싶고 이해하기 쉬울까요? 재미와 흥미가 생기면 저절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렇지 않나요? 술술 잘 읽히는 책이 있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 책도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서점에 가서 책 한 권을 무조건 구매해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시겠습니까? 저라면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책을 고르겠습니다. 실제로 집에 쌓여 있는 책 중에도 명작이라고 분류한 책은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들은 재미와 감동, 유익한 정보가 있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력서라는 제품이 사용자인 기업 채용 담당자의 머리와 마음속에 기억되려면, 재미와 감동, 유익한 정보라는 인상을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보로 평가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기존 이력서 형식을 파괴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선 신선한 자극이 있어야 글을 읽기 싫어하는 제품 사용자가 '어디 한 번 읽어볼까?'라는 마음이 동할 것입니다. 그 자극제가 바로 제품의 형태, 즉 이력서의 양식과 구성입니다. 획일적인 양식과 구성으로는 제품 사용자의 마음을 자극할 수 없습니다. 이력서라는 제품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이 등장해야 합니다.
무엇이 자극적인 후킹 효과를 가져다줄까요? 이것은 정답이 있지는 않습니다. 인재를 고용하고 싶은 사람의 취향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보편적으로 눈길을 끄는 제품이 되려면, 우리가 인정받고 싶은 기업 채용 담당자라는 군집의 마음에 드는 스타일로 제작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 채용 담당자는 인재가 현재 대단한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단순히 자랑하는 내용으로는 후킹되지 않습니다. 입사 지원자가 가진 능력과 경험이 우리 회사에서도 구현될 가능성이 있는가? 이와 같은 관점으로 보았을 때, 이력서라는 제품에는 입사 지원자의 능력과 경험이 입사 지원하는 회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상상 가능하도록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A라는 능력을 발휘하여 B라는 결과를 총 몇 회 만들어보았다고 설명하고, 지금도 A라는 능력으로 여전히 B라는 결과를 만들 수 있으며, 입사하게 된다면 미래에도 과거와 현재보다 더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고 어필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설명하는 것과 그냥 나열하는 것은 전달되는 메시지가 다릅니다. 이력서라는 제품의 사용자는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이 드는 제품을 최종 선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력서라는 글자로 된 제품을 읽고 싶지 않았지만, 읽기 시작하니 이해하기 쉬웠고, 내용도 유익했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이자 케임브리지 대학교 실존위기연구센터 석학연구원인 유발 하라리가 쓴 책 ‘넥서스’에서는 정보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정보란 공감이 되는 내용이다. 전달자와 수요자 사이에 공감이 이루어질 때 정보로서 가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해석하면, 전달자가 수요자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내용을 전달한다면 정보로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력서는 사용자에게 선택받는 제품이자 공감받는 정보여야 합니다. 제품을 제작하는 우리는 이것을 기억하여 사용자를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품의 마케팅과 세일즈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원하는 사용자의 마음에 들 수 있을 것인가 궁리하여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제작하는 이력서가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제품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5년 6월 28일 오후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