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회귀: 다시 살아도 지금 이대로

워렌 버핏은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굳이 무언가를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단지 “조금 더 오래 살고 싶다”고. 그저 삶을 반복해도 괜찮다고. 그 경지에 이르면, 우리는 ‘행복’이라는 개념의 본질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다시 살아도 나쁘지 않은 삶. 그게 바로 지고의 상태다.


나도 그렇다. 지금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게임 개발자는 아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컴퓨터 과학이나 인공지능 같은 전공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선택을 했다면, 어쩌면 나는 지금처럼 게임 개발자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또다시 예술학을 전공할 것이고, 또다시 방황할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고, 어쩌면 이상한 사람들을 또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고통과 혼란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면, 오히려 더 많이 흔들리고 더 깊이 아파봤으면 싶기도 하다. 삶이란 원래 깨끗이 정리된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어지럽고 불완전한 흐름 속에서 빛나는 순간을 발견하는 여정일 테니까.


한때 내 인생의 관점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한 나르시시스트가 있었다. 그녀는 내게 고백했다. 자신의 첫 남자친구와 어떤 결혼을 했고, 또 어떤 결혼을 꿈꾸었는지를 오랜 시간 이야기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대화가 아니었다. 상대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오직 자기 안에서만 완성된 일방적인 망상이었다. 이 일화는 내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 삶은 언제나 현실 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것. 이상적인 상태를 가정해서는 현실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의 어떤 조건도, 어떤 환경도 바꾸고 싶지 않다. 가정 환경도, 전공도, 나이도, 외모도 그대로 두겠다. 나는 단지 매일 최선을 다해 배우고, 도전하고, 살아갈 뿐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비록 같은 삶을 영원히 반복하더라도, 후회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발은 언제나 땅 위에 단단히 딛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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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31일 오전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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