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증거를 보여주는 단서들》

집은 물리적일 뿐 아니라 심리적인 성소가 되었다. 집은 정체성의 수호자였다. 오랜 세월에 걸쳐 그 소유자들은 밖으로 떠돌던 시절을 끝내고 돌아와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했다. 일층의 판석들은 노령과 나이 든 우아함을 이야기한다. 반대로 부엌 진열장의 규칙성은 위협적인 느낌은 주지 않는 질서와 규율의 모법이다. 창턱 유리 항아리에 꽂힌 수레국화는 우울의 흡인력에 저항하도록 힘을 보태준다. 이 집이 그 거주자들의 수많은 병을 치료해 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 방들은 행복의 증거를 보여준다. 이 행복에 건축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기여했다.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더 많은 콘텐츠를 보고 싶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5년 8월 16일 오전 2:0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