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의 섬세한 주름이 주는 온유함》

매일 하루를 마감하고 스톡홀름 북부 레에 있는 그런 집으로 퇴근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직장에서 보내는 하루는 정신없고 지저분할 수도 있다. 회의가 빽빽하게 잡혀 있고, 예의상 악수를 해야 하고, 잡담을 나누고, 관료제에 시달려야 한다. 동료를 이기려고 믿지도 않는 이야기를 하고, 따지고 보면 마음에 들지도 않는 목표 때문에 질투심을 느끼거나 흥분할 수도 있다.

그러다 마침내 집에 돌아와 혼자 있게 되어 복도 창 밖으로 펼쳐진 정원 위로 어둠이 깔리는 것을 보면, 서서히 더 진정한 나, 낮동안에는 옆으로 늘어진 막 뒤에서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나와 다시 만나게 된다. 낮 동안 가라앉아 있던 장난스러운 면이 문 양옆에 그려진 꽃에서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커튼의 섬세한 주름에서 온유의 가치를 확인하기도 한다. 허세를 부리지 않는 바닥의 거친 나무판자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수한 행복에 부쩍 관심이 생긴다. 우리 주위의 재료들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품고 있는 최고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성실과 활력이 지배하는 정신상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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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1일 오후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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