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 진짜 재미는 후반전에 있다

며칠 전, 우아한형제들 임동준 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다 마음에 들어오는 메시지를 들었다. 영상은 AI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그 과정에서 나온 이 조언이 더 깊게 남았다.


"작지만 작동하는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점진적으로 발전시키세요."


처음부터 거대한 무언가를 꿈꾸기보다, 당장 오늘 내가 쓸 수 있는 작은 도구부터 만들어보라는 뜻이다. 내 작은 불편을 해결하는 그 과정 자체가 배움이고 성장이다. 그리고 그 도구를 실제로 사용하며 겪는 불편을 고치고, 필요에 맞게 개선해 나갈 때 학습은 깊어지고 성장은 단단해진다.


많은 개발자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혹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서. 최근에는 특히 교육 기관이나 부트캠프 등에서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가 마치 취업을 위한 필수 과제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사이드 프로젝트의 가치가 폄하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성장을 위한 훌륭한 수단임은 분명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많은 프로젝트가 '기능 구현 완료'라는 지점에서 멈춰버린다는 점이다.


스포츠 경기에 비유하자면, 기능 구현은 이제 막 전반전이 끝난 상태다. 와우(WoW; World of Warcraft)로 빗대자면 이제 만렙을 찍은 순간이다. 하지만 만렙 달성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부터는 전장을 누비며 장비를 맞추고, 레이드에서 동료와 협력하며 진짜 실력을 쌓아가야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기능 구현이라는 전반전이 끝나면, 진짜 재미가 가득한 후반전이 시작된다.


  • 사용자를 모으고 그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는 과정

  • 피드백을 반영해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개선하고 패치하는 과정

  • 그렇게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점점 더 단단한 제품으로 다듬어가는 과정


나는 이 후반전이야말로 사이드 프로젝트의 진국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 경험, 운영, 배포, 때로는 마케팅까지 고민하고 풀어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순간이 바로 이 후반전에 있다.


물론 대다수가 후반전을 경험하지 못하고 멈춘다. 시간에 쫓기고,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며 꾸준함을 유지할 때, 그 경험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예상치 못한 버그와 운영의 불편함, 사용자의 날카로운 피드백에서 오는 당혹감. 이 모든 시행착오가 시간이 지나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자산이 된다. 전반전의 성취감도 물론 크지만, 꾸준히 이어지는 후반전에서 얻는 배움은 그보다 훨씬 값지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나 혼자, 혹은 우리 팀만의 과제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쉽다. 진짜 재미는, 내가 만든 것을 누군가가 쓰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작게 시작하되, 포기하지 않고 그 후반전까지 경험하며 꾸준히 이어가는 즐거움을 꼭 한번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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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2일 오전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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