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시즌6, 두 번째 모임을 마치고⟫

9월의 첫 번째 금요일,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6 두 번째 모임을 가졌습니다. 어제 모임이 트레바리에서 모임을 시작하고 난 후 22번째 모임이었습니다. 출장과 갑작스러운 마감, 야근 등으로 모임을 소수로 진행했는데 오손도손한 상황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서 좋았습니다. 조금 더 많은 멤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스치면서 이 5평 남짓한 공간에서 지적대화를 나누기엔 몇 명의 멤버가 최적일까 생각하며 알랭 드 보통의 책, 『행복의 건축』을 읽고 나누었습니다. 지난 첫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했던 시즌 1 멤버 은주 님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갑고 또 새록새록했습니다.


알랭 드 보통에 대한 찬사는 많습니다.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난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국내에 번역된 많은 책들이 대중적으로 '어렵다'라는 평가도 받습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연애소설부터 문학과 철학, 에세이 사이를 넘나드는 『여행의 기술』, 『공항에서 일주일을』 등의 책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어떤 책이든 관통하는 알랭 드 보통의 이야기 방식에는 항상 "나", "감정", "의문"이 있습니다. <리서치 하는데요>에서 지켜나가려고 하는 가치가 '잔잔하면서도 단단한' 모임이되 사용자 경험에 대해 방법론만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환경이 사용자의 자아에 미치는 것을 이야기하기에 이 책은 (제게도 여전히 어렵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래는 멤버 태민 님의 독후감에 제가 남긴 댓글입니다. 이 책을 이번 시즌에 함께 읽는 데는 2012년 제게 이 책을 선물해 준 좋은 선배의 영향이 스며들어있습니다. 선배는 건축을 전공한 디자이너였습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과 대한민국에서 아파트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복합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대화는 택시에서 내려야 했기에 짧았지만, 다음날 제 책상에는 이 책이 놓여있었습니다. 좋은 사람이 미치는 영향은 13년이 지나서 제게 이 책을 모임에서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며 그때의 대화를 상기하게 만들 만큼 시간을 견뎌내는 힘이 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소개해준 선배는 건축을 전공한 프로덕트 디자이너였습니다. 함께 강변북로였는지 올림픽대로였는지를 지나며 잠실주공 5단지를 지나 회사로 복귀하던 중이었습니다. 저는 성냥갑을 닮은 아파트가 일렬로, 거대하게 자리한 모습이 한강의 풍경을 더 삭막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고 판에 박힌 사각형 건축물이 아름답지 않다고 느낀다며 툭 이야기했습니다. 선배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말을 줄였지만 르 코르뷔지에 이야기를 했고 다음날 제 책상에는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이 놓여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제 생각에 변화가 있었던 건 분명하지만, 르 코르뷔지에가 말한 "빛나는 도시"와 한국의 아파트를 동일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지금도 비슷합니다. 오늘 '아파트'를 두고도 이야기 나눠보며 태민 님 생각을 더 들어보고 싶어요!"


https://redbusbagman.com/trevariseason62/

트레바리 시즌6, 두 번째 모임을 마치고 – 내가 선택한 것과 선택하려고 하는 것 사이

REDBUSBAGMAN | 빨간색 버스에 가방을 메고 탑니다

트레바리 시즌6, 두 번째 모임을 마치고 – 내가 선택한 것과 선택하려고 하는 것 사이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5년 9월 6일 오전 4:48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