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이니까 쓸 수 있는 책'이라는 글을 보고 혹해서 읽어본 박용만 전 두산 회장의 산문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고 대기업 회장의 삶을 간접체험 해볼 수도 있어서 좋은 독서였다. 아래는 인상깊었던 내용들. 1.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을 빨리하고 잘하는 것에만 집중해서는 '뭘 좀 아는 사람'이 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이 일은 왜 해야 하고, 다음에 어떤 일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등등 단순 반복적인 일을 둘러싼 주변의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사람이 곧 뭘 좀 아는 사람이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2.기업에서 리더의 외로움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의사 결정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사적 표현으로, 위 장면처럼 "고독한 영웅이 며칠 밤, 잠 못 자고 혼자 고민해서 내리는 고단한 결정"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사실 그런 일 별로 없다. 기업에서는 또 그렇게 결정해서도 안 된다. 대부분의 상황을 보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란 하나다.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는 여러 개의 의사 결정 변수들로 시작해서 그 딱 하나의 의사 결정에 이를 때까지 선택지를 좁혀나가는 과정을 얼마나 빠르고 과학적으로 처리하느나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 뒤에 '결정했다'라고 선언하는 것은, 다 같이 과학적으로 내린 결론을 실행할 책임을 내가 지겠다는 선언이다. 3."어디로 갔어?" "광화문 쪽으로 향했습니다." 인수매각 협상을 하고 내 사무실에서 떠난 상대측이 어디로 갔는지를 21층에서 쌍안경으로 내려다봤다. 현관에서 차가 떠나 정면 출구로 나가면 롯데호텔 맞은편이니 우회전을 해야 하고 광화문 쪽을 향하게 된다. 측면으로 나가면 방향으로 보아 남산 쪽을 향하게 된다. 남산 언저리에는 내가 협상한 대부분의 상대가 가장 즐겨 묵는 호텔인 하얏트나 힐튼 호텔이 있다. 그날은 정면으로 나가 광화문을 향했다는 보고인 셈이다. "계약서 조항 다시 점검하자." 호텔로 가면 본국에 전화해서 상사와 의논을 할 확률이 높은 것이니 돈과 관련된 논의일 테고, 법무법인이 있는 광화문으로 향하면 계약서의 조항에 따른 논의를 하러 갔을 확률이 높다. 그날도 결국 그들의 고민은 가격이 아니라 계약서의 조항이었음을 나중에 확인을 했으니 내려다보고 한 짐작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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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3일 오후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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