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매년 봄, 연봉 계약서를 받았습니다. 계약서라기보다 어쩌면 통지서에 가까웠던 그것. 팀장님은 계약서를 나눠주면서 매년 한 마디씩 덧붙였는데, 그것은 바로 사장님의 코멘트였습니다. “작년에는 000의 영향으로 XX부서가 예상 매출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한두 부서의 문제 같지만, 회사 전체로 보면 타격이 큽니다. 때문에 안타깝게도 올해의 전체 직원 연봉 평균 인상률은 N%에 그치게 되었습니다. 각자 본인의 계약서를 확인하시고 이번 주까지 사인해서 제출해 주세요. 만약 사장님과 면담이 필요한 경우 따로 얘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1년 간 나와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증명. 그리고 나의 1년을 또다시 함께 하자는 회사와의 약속이 적힌 연봉 계약서. 하지만 왠지 학창 시절에 나쁜 성적표를 받아 들었을 때와 같은 기분입니다. 열심히 일한 나는 어디 가고 혼쭐나는 나만 남아있죠.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조용히 봉투에서 계약서를 꺼내어 과연 얼마나 인상되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빠르면 그 자리에서, 늦어도 다음날 사인을 하고 팀장님에게 제출하는데요. 며칠 동안은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그 푸념은 으레 다음과 같은 멘트로 마무리됩니다. “... 근데, 올라가 봤자 소용없대요. 옆팀 대리도 오히려 사장한테 엄청 깨지고 내려왔잖아. 그리고 거기에서 몇 프로 더 받아봤자지. ㅎㅎ 이직이 빠를 것 같아요.” 여기에서 여러분의 봉투를 제가 꿰뚫어 보자면, 각자가 열어본 봉투 안 인상률은 아마도 회사가 말한 N%에서 약간 더 높은 수준이었을 겁니다. 전체 인상분을 12로 나눠보면 현타가 옵니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를 설득하는 마음속 한 마디. ‘그나마 나는 평균보다는 높네.’ 그러고는 사인을 하기 위해 펜을 꺼내지요. 여기서 잠깐.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봅시다. 1. 평균 인상률을 대체 왜 미리 공지하는 걸까요? 2. 아니 그전에, 회사가 말하는 그 수치는 진짜 데이터일까요? 2번 답은 위험할 수 있으니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1번. 봉투를 뜯기 직전, 회사가 평균 인상률을 이야기하는 전략에 대해서입니다. (아래의 브런치 글에서 계속됩니다 :)

평균 인상률에 숨겨진 비밀

Brunch Story

평균 인상률에 숨겨진 비밀

2021년 6월 11일 오전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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