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밋린치(Kermit Lynch)는 미국의 유명 와인 수입업자다. 1970년대 부터 프랑스와인을 주로 수입했으며 처음으로 냉장이 가능한 컨테이너를 이용해서 와인을 수입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유럽 와인을 마실 때 커밋린치가 수입한 와인이라면 그냥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 커밋 린치의 <Adventures on the Wine Route> 책에서 그의 와인 철학이 몇 가지 나온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은 1970년대 부터 이미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서 '좋은 와인'을 선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건 나도 항상 가지고 있던 의문인데 컷밋 린치가 어느정도 이 의문점을 해소 시켜줬다. 커밋린치의 주장은 이러하다. 예를 들어 The Wine Advocate에서 최고의 로제라 칭송한 프로방스의 도멘 탕피에 반돌 로제(Domaine Tempier Bandol Rose)와 근시대 보르도 메독 최고의 와인이라고 불리는 샤토 마고가 같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두 와인을 같이 마신 후 어떤 와인이 좋은지 물어보면 보통 대다수는 샤토 마고의 와인을 선택할 것이다. 이제 약간 시나리오를 바꿔보도록 하자. 두 와인을 삶은 아티초크와 페어링을 한 후 평점을 매겨본다 생각해보자. 메독의 쓰고 금속맛이 아티초크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고 프로방스의 로제는 입안에서 같이 춤추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비슷하게 뮈지니와 몽뗄리의 와인을 비교해보록 하자. 잘 만들어진 뮈지니라면 보통은 뮈지니가 선택받을 것이다 하지만 테이블 위에 에그누들과 트러플이 있다면 더 젊고 가벼운 와인인 몽뗄리를 찾을 것이고 더 성숙한 맛을 내는 뮈지니는 그것과 잘 맞는 치즈와 즐길 것이다. 즉, 와인의 맛으로만 와인을 판단한다는 것은 꽤 편협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그렇게 와인을 소비하는게 정말르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일까? 예를 들어 우리가 가방을 사야할 때 눈을 가리고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구찌 가방을 한번씩 착용하고 만져보고 사지 않는다.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성격과 역사, 가치관을 따져서 내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살 뿐이다. 와인 역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지역, 와이너리, 와인을 마시는 환경 등이 종합적을 고려되서 평가가 되야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이 와인 취향이 매우 편향되었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예를 들어 한국의 몇몇 와인 애호가들은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와인을 가져오기 보단 무조건 비싸거나 유명한 와인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삼겹살을 먹는데도 크루그를 같이 마셔줘야 하고 가볍게 소고기를 먹는데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보르도 와인을 마셔야 한다. 솔직히 조금 숨이 막힐 때가 있어서 그냥 알아서 드시고 나는 카스나 마시고 싶다는 말이 목구멍 까지 넘어올 때가 있다. 저렴한 와인은 그 저렴한 대로의 가치가 있다. 삼겹살이면 내 생각엔 1~2.5만원 정도 수준의 와인이 적당하다. 그 이상은 불필요하게 좋은 와인이다. 한국에서 소고기를 먹는다면 가격이나 분위기에 따라 3~1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콜키지 프리 식당도 이러한 환경에 최적화 되어 발전한 느낌이다. 음식가 와인을 함께 즐긴다는 것보다 각자 자기가 평상시에 마시고 싶었던 혹은 자랑하고 싶은 와인을 가지고 와서 음식을 안주 삼아 마시는 느낌이다. 나쁘다고 볼수는 없지만 그냥 이게 한국 와인 문화의 한가지 모습이구나 생각이 든다. 나도 이제 와인을 조금씩 알아가는 사람이지만 조금은 숨좀 쉬면서 와인을 공부하고 싶다. 대부분은 편한 사람과 편한 음식을 같이 즐기고 싶고 프랑스도 좋지만 다양한 나라의 와인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비싸고 유명한 와인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다양하게 즐기고 싶고 명성보단 와이너리의 역사나 의도를 알고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내추럴 와인이 어쩌면 와인 대중화에는 더 맞는 방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만든 사람이 누구고 왜 만들었는지를 알아야지 재미있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20대와 30대 사람들도 일반 와인보다는 내추럴 와인을 통해서 와인에 입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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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5일 오전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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