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 인턴 일지] DAY #22
군대에서
K-711이라는 차를 밀었던 적이 있다.
아,
오늘은 군대 이야기이다.
(?!)
_
tmi인데,
운전병이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 가기 전
수송교육단이라는 곳에서 운전 교육을 받는데,
내가 거기서 운전 조교를 했었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면
가끔 정비소 한가운데에
고장 난 차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가.
그의 이름은 K-711이었고,
중량은 무려 9,722kg.
9.7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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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사람이 밀어서 움직인다는 게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성인 남자 20~30명이 달라붙어서
“하나 둘~ 밀어!!” 해도
쉽게 움직여주지 않는다.
아무렴,
9.7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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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운전대에 앉아 있는 전우에게 말한다.
“사이드 브레이크 채워 놓은 거 아냐?”
당연히 아니다.
아닐 줄 알면서도 물어본다.
머리가 터질 정도로 힘을 주어도
밀리지 않는 차를 어찌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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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차적으로 교육을 마치고 들어오는
다른 조교들을 불러온다.
그런다고 이 무식하게 무거운 차가
굴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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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왔다.
“하나 둘~ 밀어~!!!”
“아아아악!!!”
꿈쩍 않는다.
또 한 명이 왔다.
“하나 둘~ 밀어!!!!!!!”
“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번에도 어림없는 걸까?
생각하던 찰나,
움직인다.
드디어 굴러가기 시작한다.
“계속 밀어~~!!!!!!”
“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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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난 왜 열심히 사는 걸까?’
샤워하면서 떠올리는 여러 잡생각들.
그중 이 물음 뒤에 꼬리처럼
K-711을 밀었던 그때의 기억이 따라왔다.
굴러가지 않을 것 같았던,
꽉 막혀 있던 무언가가
내가 이곳에 옴으로써 굴러갔을까?
나는 퍼블리에 보탬이 되는,
그런 핵심인재일까?
겨우 5주 차 끝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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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점심 약속이 있다.
대학교 때 알던 형을 만난다.
회사 사람이 아닌 사람과
점심 약속은 출근 이래 처음이다.
또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형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요?”라는 안부 인사와 함께
추석 잘 보내고 또 보자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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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모두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