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이란 WHAT이 아닌 HOW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브랜딩에 대한 가장 흔한 오용은 ‘무엇’을 하는지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 브랜딩을 기업의 비전, 전략 등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다보니 브랜딩이 상품 등 어떤 보이는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 의류업체에서 청바지로 대박을 냈다고 해보자. 대박이 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입었을 때 라인이 돋보인다든지, 새로운 워싱 방법이 최근의 룩과 어울린다든지 등 말이다. 이런 Selling Point에서 더 깊이 들어가면 핏을 50년대 모 브랜드에서 차용했다거나, 미국 모사의 프리미엄 제품과 같은 원단으로 만들었다거나, 이런 기계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보통 이렇게 물리적으로 제품을 분석해가면서 성공 요인을 찾으면 결국 다음에는 무엇에 할 것인가에 그치게 된다. 다음에도 그 프리미엄 원단으로 청바지를 만들고 또 그 워싱을 쓸 것이다. 그리고 패션에 문외한인 경영진이나 마케팅 부서는 우리의 브랜딩은 청바지, 그 중에서도 ‘프리미엄 원단’, ‘000 워싱’이라고 정의하고 그것을 핵심 상품이라고 더 찍어낼 것이다. 재고가 역습을 해올 때까지... 사실 이 청바지가 많이 팔린 더 근원적인 이유는 50년대의 헤리티지 핏을 현대에 맞게 녹여낸 실력에 있을지도 모른다. 고객들은 프리미엄 원단으로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 따위야 전혀 관심 밖일 수 있다. 제품, 그 제품을 손에 쥐었을 때의 감성, 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들이 브랜딩에 오히려 더 가까운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브랜딩을 ‘프리즘(Prism)’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00화’하는 것이다. 브랜딩의 예시로 많이 언급되는 ‘무인양품’을 살펴보자. 많은 제품이 매장 안에 있다. 수많은 물건이 뒤죽박죽 쌓여있는 매장에서 전체적으로 필터 어플을 쓴 것처럼 색을 보정하고, 각 상품의 태를 미니멀한 어떤 특징으로 다듬어서, 특정 성향의 인테리어로 바꾸어 보여주는 공간. 그게 브랜딩 된 매장, 우리가 아는 무인양품이다. 공간 하나가 완전한 프리즘 안에 있다. 중요한 것은 프리즘을 투과해서 나온 빛이 아니라, 프리즘 그 자체다. 무인양품은 자신만의 일정한 프리즘을 만든 것이다. 아직도 WHAT이 아닌 HOW가 브랜딩이라는 것이 와 닿지 않는다면 다음의 예를 보자. 10여 년 전 유명한 가수들의 작사법을 비교한 글이 공감을 받은 적이 있다. 만약 여자친구가 배고픈 내용을 노래 가사로 쓴다면... ✅유희열: 배고프니? 너의 안색이 오늘따라 더 창백한걸. 너를 위해 향기 좋은 빵을 굽고 맛 좋은 파스타를 요리하고 싶어. 하지만 난 말야 널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걸. 너의 향기에 이미 난 취했어. 나에게 넌 가장 향기로운 빵, 가장 맛있는 파스타...나도 너의 허기짐을 채워줄 수 있다면...(트렌디 드라마 같은 수필류 말투) ✅김동률: 그대 허기진가요? 창백한 안색이 못내 안쓰럽소. 비록 미천한 나이지만 그대 허락한다면 내 기꺼이 그대를 위해 손을 걷겠소. 그대의 맘을 채울 수 없는 편협한 내 사랑이기에 그대의 배라도 채울 수 있는 내가 되겠소. 그렇게라도 그대의 곁에 머무를 수 있다면 나 후회없이 그리하겠소. (고전이 연상되는 철학적 문장) ✅박진영: 배고파? 느껴봐 느껴봐. 지금 너의 눈빛에 녹아버린 내 모습을 느껴봐. 우린 그곳에서 처음 만났지. 니 모습에 반해 내 여자를 잊었어. 오늘 너를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바칠게. (나레이션 : 안돼 안돼 참아야해) 괜찮아 참지 말고 먹어봐. 이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내 뜨거운 사랑으로 녹여줄게. (나레이션 : 안돼 안돼 참아야해) 이 세 명의 가수들이 나름의 브랜딩을 확실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주제를 풀어가는 독특한 관점이 큰 역할을 했다. 무엇(WHAT)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HOW) 풀어내는지가 포화상태의 시장에서는 더 중요하다. 해답은 명확하다. 속해있는 업계에서 ‘무엇이 다른가’보다는 ‘어떻게 다른가’가 장기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결국 여기저기 다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거기는 다르다’는 걸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프리즘을 가져야 한다. 어느 정도의 규모와 업력이 있다면, ‘무엇'을 중심으로 경영하는 사고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어떻게’ 이 포화된 시장에서 기억 될 것인가. 바로 그 기억을 위한 투자야말로 진정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프리즘을 체크해 볼 시간이다.

10화 브랜딩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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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2일 오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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