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란 무엇인가?》 나는 내가 너무 좋다. 내 인생은 가장자리에 있을지 몰라도 나는 적어도 내 인생의 중심에 있다. 보편적이게 예쁘지는 않지만 나만의 개성이 마음에 들고, 그게 곧 나의 매력이 된다. 키는 작지만 겉모습에 맞추어 귀여운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처음 본 누구와도 곧잘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고 칼을 든 자가 아니라면 누구도 두렵지 않다. SNS 친구가 몇백 명은 아니지만 나에게 오는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 소중히 여기며, 그렇기 때문에 떠나야만 하는 순간이 왔을 땐 집착하지 않고 안녕을 빌어줄 수 있다. 뭔가가 잠깐 잘못되더라도 그게 내 인생의 끝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친절하지 않은 점원에게, 신호를 지키지 않는 자동차에게, 버스 줄에서 새치기하는 사람에게, 도서관에서 떠드는 새내기에게, 무례하게 구는 친구에게 화내지 않을 수 있다. 최고의 상황들은 아니지만, 웃고 넘길 수 있는 여유를 배우고 있다. 내 학점은 똥이고 전공도 확실하지 않지만 그게 적어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내가 매 순간 최선을 다 하다 보면 어느 미래에 문득 멈춰서 돌아본 길이 바로 나의 인생이 되어있음을, 확신한다. 어려움을 겪어왔고 앞으로도 수많은 어려움이 놓여있을걸 안다. 누군가 써놓은 표지판이 없는 길은 더더욱 그렇겠지. 하지만 실패로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실패가 아님을, 성공으로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성공이 아님을. 그저 내가 알 수 없는 이 세계의 모든 인과관계들이 작용한 결과이자 어떤 다른 결과의 원인임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나에게 온 현재를 소중히 하는 것뿐임을. 배워나가고 있다. 그런 내가, 내 인생이 사랑스럽다. 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지도,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최연소 CEO가 되지도, 남부럽지 않게 누리며 살아가지도, 역사에 이름을 길이 남기지도 않을 것 같다. 여러분은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정말 축하드리지만 솔직히 부럽지는 않다. 여러분 중 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불행할지 모르겠다. 각자의 상황이 너무 다를 여러분을 응원하고 사랑한다는, 너무도 가볍고 기만적인 소리를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나는, 내가 너무 좋다고, 내 인생이 너무 좋다고 자랑하고 싶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쓴 글을 발췌했습니다.

2021년 10월 6일 오전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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