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는 폴크스바겐 그룹의 일부로 폴크스바겐 지배하에 있는 것 같지만, 폴크스바겐 그룹은 포르셰 가문이 이끌고 있다.
2005년부터 포르셰 가문은 보유현금과 카타르 국부펀드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폴크스바겐 주식을 사들였다. 2008년 금융위기에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포르셰가 폴크스바겐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며 상황이 역전된 것 같아보였지만, 폴크스바겐 실세들이 모두 물러나며 포르셰 가문이 폴크스바겐을 이끌게 됐다.
"2008년 포르셰는 폴크스바겐 지분을 35.79%까지 끌어올렸지만,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자금난에 봉착했다. 폴크스바겐 인수를 위해 끌어온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포르셰 가문은 폴크스바겐과 협상을 진행했다. 2009년 포르셰 가문은 포르셰를 폴크스바겐에 매각하여 부채를 갚고, 포르셰자동차지주회사를 통해서 폴크스바겐의 과반 의결권을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2012년 포르셰가 폴크스바겐의 100% 자회사로 완전히 편제되면서 이 모든 과정이 일단락됐다.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승리, 볼프강 포르셰의 패배처럼 보였다.
그런데 끝난 게 아니었다. 2015년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 빈터콘(Martin Winterkorn)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 전략을 제시했는데, 피에히가 그 전략에 반대했다. 이때 포르셰 가문, 니더작센주 정부, 노조 등이 모두 빈터콘을 지지하자 피에히는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그는 빈터콘을 비난하면서 결국 폴크스바겐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015년 9월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이 터졌고 빈터콘도 사임했다. 2017년에 피에히는 폴크스바겐 관련 자신의 모든 지분을 친동생인 한스 미켈피에히에게 매각했고 2년 뒤 2019년, 세상을 떠났다.
범포르셰 가문 내 40여 년에 걸친 내홍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3세대 볼프강 포르셰와 한스 미켈피에히가 중심을 잡고, 4세대 후손들도 감사이사회에 포진해있다. 범포르셰 가문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지만, 전문경영진, 독일 정부·노조와 협력해 폴크스바겐을 계속 성장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