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는 주장에 대한 어떤 반론>
1. 요즘은 졸업생들에게 자신의 열정을 따르고, 자신의 감정을 신뢰하고, 삶의 목적을 찾아 그것에 대해 숙고하라는 당부를 담은 졸업식 축사가 많다.
2. 이 상투적인 말들은, 인생을 어떻게 살지 고민할 때 자기 자신의 깊은 곳에서 가장 중요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가정에서 나온다.
4. 이런 사고방식에 따르면, 어른들의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젊은이는 가만히 앉아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면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깊은 열정을 불러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판별해 내야만 한다.
5. (또) 이런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정 질문들만 해야 한다.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삶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진정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6. (왠지) 이 논리에 따르면 우리 인생은 사업 계획서처럼 정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7. 먼저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목록화하고 목표를 정하고, 그 다음에 목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 일종의 지표를 제시한다. 그러고 나서 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전략을 짠다. (그리고) 이때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만드는 것들과 시급해 보이지만 실은 방해만 되는 것들을 구분하는 편이 이로울 것이다.
8. 일찍부터 현실적인 목적을 분명히 하고, 융통성 있는 전략을 실행하면 목적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자기결정권을 가진 삶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9. 하지만 이런 삶을 자기 탐구에서 시작해 자기성취로 끝난다. 다시 말해, 자기에서 시작해 자기에서 끝나는 방식이다.
10. 이런 삶은 일련의 개인적 선택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프랜시스 퍼킨스는 이와 다른, 과거에는 더 흔히 적용되던 방식으로 삶의 목적을 찾았다.
11. 자신이 삶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묻지 않는 방식 말이다. 대신 그들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질문을 던진다.
12. 삶이 내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나를 둘러싼 이 상황은 내게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는 가? 이러한 세계상은 우리의 삶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고 접근한다.
13. 중요한 답들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깥 세상에 존재한다. 이 관점의 출발점은 자율적인 자아가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체험하고 관여하는 구체적인 현실이다.
14. 세상은 이미 우리가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존재해왔으며, 우리가 없어진 후에도 오래도록 존재할 것이다.
15. 우리는 짧은 인생을 통해 특정 문제와 요구를 안은 채 특정 장소에 살아가도록 운명, 역사, 진화, 혹은 신에 의해 던져진 존재라는 뜻이다.
16. 이 관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내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현실을 좀 더 온전하게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고치고, 바로잡아야 하는 가?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17. 즉, 세상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 데이비드 브룩스, <인간의 품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