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경쟁력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예쁘지 않으면 안 팔린다. 애플의 아이폰도, 매킨토시도 시작은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외관을 꾸미는 심미적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의 시각에서 상품 자체의 가치를 끌어올려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게 디자인의 힘이다.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수익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영국 디자인협의회에 따르면 기업이 디자인에 1파운드(약 1600원)를 투자할 때 매출은 20파운드, 영업이익은 4파운드, 수출은 5파운드씩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300개 업체를 디자인 활동이 활발한 정도에 따라 4분위로 구분하고 5년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상위 1분위는 10%, 2분위는 6.3%, 3분위는 4.6%, 4분위는 4%씩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도 확인되었다. 2008~2017년 코스피 상장업체 중 디자인 우수기업 72개사와 디자인 선도기업 29개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72.3%, 11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 시가총액 증가율은 34.6%에 그쳤다. 디자인에 강한 기업들의 성장세가 한국 대표 상장기업들의 평균을 훨씬 웃돈 것이다. 중국에선 이미 디자인이 한국 제품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2018년 한국 소비재를 수입하는 중국 바이어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8.7%가 한국 제품의 경쟁력 요소로 ‘디자인’을 꼽았다. 품질(17.4%)이나 거래기업의 신뢰도(16.5%), 브랜드(15.2%)보다 디자인에 더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디자인이 가진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1980년대 마가렛 대처 정부 이후 디자인 정책을 강조해온 영국은 디자인을 ‘창조산업’으로 분류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디자이너와 디자이너, 기업과 기업을 이어주고 있다. 2012~2017년 디자인을 포함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에 5억8000만파운드(약 9300억원)를 투자하는 등 인적자원 개발에 집중한다. 싱가포르는 2019년 디자인 업무를 통신정보부에서 무역산업부 산하로 이관하며 디자인을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기 시작했다. 2015년엔 ‘디자인 마스터플랜 위원회’가 국가디자인전략을 발표하면서 디자인을 국가기술표준으로 편입시키고, 싱가포르의 디자인브랜드를 개발하기로 했다. 개인, 기업, 교육전공자 등 사실상 전국민에게 맞춤형 전주기 디자인교육도 제공한다. 일본은 지난해 경제산업성에 디자인, 패션, 전시 등을 담당하는 ‘쿨 재팬 정책과’를 신설해 디자인정책실을 그 아래 뒀다. 특허청에도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선임해 디자인과 지식재산권 관련 정책의 총괄을 맡겼다. 경제산업성의 디자인연구회는 매년 시대적 변화에 맞춘 디자인 정책연구를 숭행하며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의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보면 감성적 가치가 더해진 고객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정부는 디자인이 우리 산업의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디자인 산업계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리 좋아도 예쁘지 않으면 안팔린다...세계는 디자인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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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아도 예쁘지 않으면 안팔린다...세계는 디자인 전쟁 중

2021년 11월 30일 오전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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