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스러운 애자일 개발방식이 어떻게 한옥 리모델링에 적용되었을까요? 이런 공사가 처음인 제게 모든 재료와 모든 작업들은 낯설기만 했습니다. 한마디로 끝이 어딘지 몰랐고 그 끝에 이르는 길을 어떻게 가면 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필수 요소인 설비와 배관, 벽체공사와 화장실작업은 전문가를 모셔와 어떻게든 되겠지만 그것들은 조화롭게 하나의 끝으로 이끄는 것은 제가 오롯이 해야 할 몫이었습니다. 혹시나 뒤죽박죽이면 어떡하지? 조화롭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전문가가 하기엔 아까운 작업들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제가 해낼 수 있어야 했습니다. 처마밑에 떨어진 흙벽을 메꾸고 마당에 벽돌을 재배치하고 외벽을 매끄럽게 다듬는 일들.. 그런 작고 사소한 부분들이 모여서 집 전체의 완성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하면 되는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고,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싶어서 이 사람에게 물어보면 이 방법을, 저 사람에게 물어보면 저 방법을 말해주는데 어느 방법이 지금 이 상황에 적합한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직접 부딪히면서 해보는 수 밖에요. 애자일의 핵심은 빠른 론칭입니다. 가령 배달의민족 같은 앱을 만들고싶다고 한다면요. 음식 메뉴를 고르고 전화를 할 수 있게, 딱 이 두가지만 넣은 버전을 먼저 시장에 내놓는것입니다. 물론 배달앱이 상향평준화된 지금 이런 앱이 올라온다면 아무도 다운로드받지 않겠죠. 빠른 론칭은 빠른 학습으로 인도합니다. 작업하는 사람이 스스로 학습하면서 개선한다는 이 태도가 고객이 정확히 원하는 포인트를 집어내는 마법을 부리게 하는 것이죠. 저도 학습해가면서 이 캄캄한 길을 헤쳐나가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큰 물줄기가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보다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행여나 잘못갔을 때 크게 되돌아오는 것보다 안전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애자일은 작업자를 성장시킵니다. 빠른 론칭이 빠른 학습이 되고 학습이 누적되면 성장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대신 작업장은 남들이 봤을 때 엉망진창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ㅎㅎ 제가 애자일을 처음 접했던 2011년 이후로도 가는 회사마다 애자일은 항상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여러 회사에서 애자일을 도입해 만족했던 결과가 냈던 적도 있었고 도중에 그만둔 적도 있었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애자일은 항상 제게 뭔가를 부지런히 배울 것을 요구했고 이대로 멈추지 않고 지금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보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한옥 리모델링을 시작할 때 가졌던 막연함과 두려움을 이 애자일이라는 무기로 맞서 싸웠습니다. 애자일은 완전하지도 않고 항상 이기기만 하는 무기는 아니지만, 가야할 길은 먼데 앞은 깜깜하고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한번쯤 사용해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특별히 복잡한 레슨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애자일의 핵심 몇가지만 마음속으로 이해하고 그런 태도를 견지하면 되는 것이죠. 이 글을 읽는 누군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거나 고민을 거듭하면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 중이라면, 부분적으로 애자일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내용은 제 브런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애자일 방식으로 한옥 리모델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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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방식으로 한옥 리모델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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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9일 오후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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