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드픽트(Handpicked)가 제시한 커뮤니티 호텔의 미래 ] 1. 6년 전 상도동에 호텔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제일 먼저 내뱉은 말은 '모텔 아니고?'였습니다. 상도동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저로서는 그 동네에 호텔이 들어선다는 상상을 쉽게 할 수 없었거든요. 그 호텔의 이름은 '핸드픽트(Handpicked) 호텔' 이었습니다. 2. 당시는 코로나가 오기도 한참 전이라 부띠끄 호텔과 비즈니스 호텔이 번화가를 벗어난 지역까지 비집고 들어올 때여서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그런데 속속 올라오는 후기들 속 사진을 보며 생각이 조금 달라지더군요. 마치 도쿄 아사쿠사의 와이어드 호텔이나 신주쿠의 더 노트 호텔처럼 그 지역에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3. 직접 방문해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두 가지였습니다. '이건 분명 상도동에 오래 산 사람이 만들었을 거다.' 그리고 '이 사람 분명 고수다.' 4. 실제로 핸드픽트의 대표님은 '무리한 호텔 판타지를 구현하는 대신 그 동네의 편안한 정취를 담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근데 이게 말이 쉽지 실제 결과물로 풀어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상도동이라는 지역 특색과 호텔산업이라는 비즈니스 필드의 맥락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니까요. 5. 그렇게 탄생한 핸드픽트는 세련되지만 아늑하고, 합리적이지만 옹골찬 구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상도동이라는 지역이 낯선 사람들에게 그 동네를 즐겨볼 수 있는 출입문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죠. '저게 될까?'라는 물음이 '와 저렇게 하니까 되네'라는 감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핸드픽트는 모노클이 선정한 전 세계 TOP100 호텔 중 유일한 국내 호텔이 됩니다. 6. 특히 핸드픽트 호텔 9층 로비에서 바라보는 뷰는 이 호텔의 존재 이유를 대신 설명해 줍니다. 보통 지리적 장점이 약해 딱히 '뷰'라고 할 게 없는 부띠끄 호텔들은 의도적으로 룸 디자인에 힘을 싣곤 합니다. 창밖을 봐도 볼 거 없으니 그냥 방 안에서 즐겨라라는 거죠. 이것도 하나의 전략이긴 하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을 극복했다기 보다 컴플렉스를 가리기 위한 급급함으로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핸드픽트는 상도동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과감한 뷰를 설계했고, 객실에서도 조금이나마 그 지역을 더 느낄 수 있게 긴 테라스를 빼내기도 했습니다. 7. 그래서인지 핸드픽트의 이용객은 약 45%가 지역주민이고 재방문율도 50%에 달한다고 합니다. 왠만해선 우리 동네에 있는 호텔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 법인데, 이건 분명 호텔이 커뮤니티의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러니 누군가 '한국에도 에이스 호텔 같은 공간이 있냐'고 물으면 저는 핸드픽트를 가장 먼저 소개할 것 같습니다. 8. 핸드픽트는 오픈한지 8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습니다. 호텔 업계는 손해가 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우선 성공이라는데 신인상치고도 꽤 의미 있는 지표인 거죠. 전 이렇게 크리에이티브적인 측면과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균형잡힌 성공을 이룬 사례가 제일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9. 한때 에어비앤비의 슬로건은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 이후 본인들의 슬로건을 'Go near(가까운 곳으로 가자)'로 바꿨습니다. 일부 매체는 에어비앤비가 발 빠른 전략을 취했다고 했지만 저는 예전의 슬로건이든 지금의 슬로건이든 진짜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어야 던질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핸드픽트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정말 그 지역 주민답게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호텔이 아닐까 싶네요.

개인이 상도동에 세운 호텔이 전 세계 TOP100에 선정? 핸드픽트 호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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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상도동에 세운 호텔이 전 세계 TOP100에 선정? 핸드픽트 호텔 편

2022년 1월 14일 오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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