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웹툰의 별점, 정말 필요할까?
즐겨보던 웹툰의 평점이 9.3이었는데, 별점테러하지 말라는 댓글이 주르륵 달려있는 걸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9점만 넘어도 충분히 높은 것 같은데..?'
인터페이스에서 금요 웹툰을 별점순으로 정렬했더니 무려 상위 25개 웹툰의 별점 평균은 9.98에서 9.95점 사이였습니다. 생각해보니 별점으로 웹툰을 선택해본지가 까마득합니다. 별점이 '독자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고를 지표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고 있지 못하는 셈이죠.
웹툰을 보는 사람들이 유독 후하게 별점을 주는 걸까요? 별점 인플레 현상은 웹툰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별점으로 노출도나 수익, 평판이 움직이는 플랫폼의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대표적으로 배달의 민족이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음식점의 별점이 4.5점이 넘습니다.
제 기능을 잃어버린 별점은 서비스 참여자(작가, 음식점주)의 콘텐츠(만화, 음식)이 아니라 별점 그 자체에 집착하게 합니다. 콘텐츠의 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별점 그 자체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죠. 대표적인 부작용이 웹툰 팬들의 10점테러(?) 및 별점 과보호, 음식점 점주와 3점 혹은 4점을 준 손님간의 리뷰 마찰이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별점 그 자체는 참여자의 콘텐츠 퀄리티와 동일시될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사회 구성원을 각각 연봉이리던가 키로 '한 줄 세우기'를 할 때 생겨날 부작용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리한 도구입니다. 닉 서르닉의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언급한 것처럼 플랫폼 사업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독자, 손님)는 데이터로, 참여자(점주, 작가)는 평판으로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참여자는 더 질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소비자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서비스 제공자가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말이죠.
네이버가 최근 별점 리뷰를 없애고 키워드 리뷰를 넣은 것이 이러한 맥락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소비자는 별점으로 한 눈에 음식점을 고르긴 어려워졌지만 분위기 좋고 음식은 맛있는데 친절도가 아쉬운 곳, 인테리어만 괜찮은 곳 등 다면적인 정보를 통해 더 적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점주는 다면적인 평가를 통해 자신의 가게가 어느 부분이 개선되어야하는지 구체적인 개선 사항을 도출할 수 있고요. 서비스 제공자(네이버)는 평가 Metric이 다양해지면서 풍부한 데이터로 더 좋은 추천 방식을 찾아낼 수 있겠죠.
어떤 시스템을 쓰더라도, 평가 시스템 자체가 무언가를 대체하여 설명하는 시스템이고, 플랫폼의 목적에 따라 활용되는 '도구'인만큼 언제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스템은 결국 플랫폼의 모든 참여자(점주, 직원, 손님, 배달 기사)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하며 그들을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함께 어우를 수 있는 경험 무대(experience stage)로 올려야한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