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때로 너무 고상하게 일한다 > 고상함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고상함이라는 것은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만 하겠다, 내가 직접 하지 않겠다, 있어보이는 일만 하겠다’는 마음가짐의 집합이다. 고상하게 일 해서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딱 뒤쳐지기 좋다. “개발자들은 개발자란, 컴퓨터 앞에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음악을 들으며 알고리즘을 고민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고상한 직업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작업복에 옷이 더러워지고 물건을 나르거나 고객을 직접 만나는 현장을 대체적으로 싫어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그러면 안됩니다. 특히 오프라인과 결합해야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오프라인 조직과 함께 숨쉬며 같이 달려주는게 중요합니다. 모두 스타업을 구성하는 하나의 멤버니까요. 물류창고 가기 싫어하는 개발자를 설득해서 제 차에 모시고 곤지암 물류 창고로 달려가 회의하고, 라이더앱 테스트를 위해서 프론트 개발자도 데리고 달렸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중에 신규 개발자분들이 차례차례 합류하고 극적으로 당일배송을 오픈해냅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글 ‘사망한 개발팀 살리기’에서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이다. 글 구절에 나온 것처럼, 개발자는 고상하게 개발만 하면 안 되고 적극적으로 Product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능동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기획자가 해달라고 하는 것 중 ‘되는 것, 리소스가 허락하는 것’만 들어주는 개발 조직은 계속해서 기획 조직과 대립하게 된다. 반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는 오히려 개발자 출신의 팀장급 PO/PM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인데, 아마도 능동적으로 일하는 개발자가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영컨설턴트 출신들이 어려워 하는 것 중 하나는 고상하게 일하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매번 C-level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상하게 자문만 해 주고 그걸 직접 실행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실행해야 하는 조직에 가면 고상하게 일을 할 수가 없다. 이것도 내 일인가 싶은 일은 다 내 일이다. 다른 부서나 동종업계 회사들은 무엇을 하는지, 산업 환경은 어떻게 바뀌는지, 우리 고객들은 우리 Produc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직접 발로 뛰며 살펴봐야 한다. 컨설팅 회사에서 퇴사하고 스타트업 창업팀에 들어가면서, 그리고 지금은 대기업 계열사지만 사실상 스타트업처럼 움직이는 비상장회사를 다니면서 고상함을 버리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가만히 두면 고상하게 일하려고 한다. 고상함이 곧 편안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우리는 너무 고상하게 일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망한 개발팀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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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19일 오전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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