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오프라인 매장도 상품이 아니라, 데이터를 팔아야 합니다>
1. 미국에 ‘베타(b8ta)’라는 회사가 있다.
2. 2015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이 스타트업은, 전 세계의 혁신적인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22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베타'는 제품을 전시해 놓고는 있지만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판매한다.
3. 베타 매장은 천장에 약 20대의 특수 카메라를 설치, 이를 통해 고객의 움직임을 분석 및 수집하고, 직원과 고객의 대화를 통해 얻은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제조업자에게 제공한다.
4. 다시 말해, 오프라인 매장을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소’로 개념을 바꾼 것이고, 이는 오프라인이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에 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준다.
5. 그리고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최근 물건이 아닌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를 파는 점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는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CCC, Culture Convenience Club)이 만든 ‘츠타야 가전’이다.
6. 2019년 CCC는 '츠타야 가전 플러스'라는 새로운 컨셉의 매장을 오픈했는데, 츠타야 가전 플러스에서는 ‘OPTiM’이라는 회사가 개발한 AI 카메라를 설치, 고객의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7. 고객을 연령, 성별 등으로 세그먼트한 후 해당 상품 앞에서 어느 정도 서 있었는지, 제품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등의 고객 행동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제조사에 제공한다. 물론 방문 고객에게는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미리 알려주고 있으며, 분석한 데이터에는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도록 처리해서 제조업체에 전달한다.
8. 카메라를 통한 행동 분석만이 아니다. 츠타야 가전의 점원이 고객들로부터 듣는 목소리도 제조업체에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조작 버튼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기 어렵다”라는 의견을 말하면 점원은 즉시 이를 제조업체에게 전달한다. 제조업체가 사전에 고객으로부터 주로 어떤 내용의 의견을 듣고 싶은지를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9. 상품 1개당 매월 평균 7천개의 행동 데이터와 약 50건의 고객 의견이 수집되며, 제조업체가 지불하는 비용은 상품 1개당 월 30만엔 정도이다. 고객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가로 얻는 수익이 츠타야 가전 플러스의 주된 수익원이다.
10. 오프라인 점포가 온라인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오히려 오프라인은 소비자의 행동을 깊게 이해하고, 온라인에서 수집할 수 없는 데이터를 모으는 장소로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인에서는 실제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의 정보가 주로 모인다. 위에 소개한 오프라인 쇼룸에서는 상품을 구입하기 전의 소비자 행동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오감을 사용해서 상품을 시험해보는 소비자의 행동에서 얻는 인사이트는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