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어필 vs 티 내며 일하기 ] 01. 회사 생활은 한 끗 차이에서 갈린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아주 뛰어나거나 반대로 아주 이상한 사람을 만나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거든요. 대신 대부분 비슷한 환경에서 조금 더 나은 결과물을 낸다든지 거의 다 왔는데 끝마무리가 약간 아쉽다든지 하는 케이스가 훨씬 많죠. 그래서 늘 긴장하게 됩니다. 일종의 정규 분포 안에서의 경쟁 같은 거니까요. 02. 그런데 이 종이 한 장 차이의 끝판을 보여주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자기 어필'과 '일하는 티 내기' 사이의 그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대표적이죠. 어떤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은 자기가 한 것들 혹은 자기가 달성한 것들을 참 적절하게 잘 공유하는구나'싶은 사람이 있나 하면, 또 어떤 사람은 '뭐 굳이 이렇게까지 티 내면서 일을 하나' 싶은 사람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게 꼭 우리가 그 개개인에게 어떤 색안경을 껴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둘 사이에는 명확한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03. 저는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성과 중심'과 '과정 중심'의 차이를 꼽습니다. 자기 어필은 보통 본인이 달성한 과업을 중심으로 누가 봐도 명백한 자기 기여도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타가 공인하는 결과물을 증거 자료로 제시하며 이게 어느 포인트에서 의미 있게 동작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자기 어필이라고 봅니다. 04. 반면 일하는 티를 내는 것은 과정 중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왠지 객관적인 결과물 만으로는 성취의 임팩트가 약해 보일 때 종종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드는 것 같거든요. 물론 힘든 거 티 내지 말고 묵묵히 일하라는 말은 절대 절대 아닙니다. 다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렇게까지 힘들게 고생했는데 결과가 의미 있지 않다는 것은 그 일을 시킨 사람의 문제이든 아니면 그 일을 해내는 내 문제이든 어딘가는 개선 포인트가 존재한다는 반증이 되는 셈이죠. 05. 다음으로는 '허들 제거에 대한 접근법의 차이'입니다. 일을 현명하게 잘하는 사람은 본인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장애물이 있으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이슈라이징을 합니다. 어떤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지와 어떻게 해야 그걸 제거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판단하죠. 그리고 본인의 힘만으로 제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조직이나 시스템적인 도움을 요청합니다. 06. 반면 그저 일하는 티를 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허들을 일종의 방패막이 삼아 일을 합니다. 이 장애물로 인해 내가 불편하고 수고롭긴 하지만 동시에 그 뒤에 숨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가끔은 일부러 허들이 아닌 것도 허들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본인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외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자기 어필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건 그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일이니까요. 07. 잠깐 야구 얘기해볼까요? 야구는 개개인의 성과 데이터가 가장 발달한 스포츠 종목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지표가 끊임없이 발굴되며 본인의 퍼포먼스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그게 팀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증명하는 항목으로 활용됩니다. 물론 구단과 팬들이 해당 선수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데이터가 발전하는 이유는 구단도 선수도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근거해 목표를 정하고 성과를 판단하기 위함입니다. 08. 그러니 자기 어필이라는 것도 '나 진짜 고생하고 있어요'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행위가 아니라 '나는 이런 목표를 위해 이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고 그게 이런 결과로 연결되는 중이에요'를 설명하는 과정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성적인 평가도 정량적인 데이터 위에 있어야 훨씬 더 빛나는 법이니까요. 야구선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를 책정하고 알릴 수 있는 좋은 지표들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09. 서두에서 이야기했지만 회사 생활은 정규 분포 위에서의 경쟁이고 협력입니다. 야구에서 5할대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또 1할대 타자가 1군에 머물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역시 2할과 3할을 오가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죠. 그럴수록 자기 어필은 더욱 중요합니다. 다만 그 어필이 정말 제대로 된 어필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한 끗 차이로 그저 '티 내며 일하기' 수준에 그치면 너무 속상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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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7일 오전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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