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혁신과 민첩성에 대한 요구가 많아짐에 따라, 수평적인 조직 문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혁의 시대에 가장 힘든 직급을 꼽으라면 아마 중간관리자일 것이다.
기존에 상사에게 배웠던 방식으로는 창의성과 유연성을 갖춘 인재로 거듭나기 어려운 데다, 때로는 젊은 세대 팀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입지를 위협받기도 한다.
반면에 아이러니하게도 회사 내에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팀원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며 새로운 역량을 이끌어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사가 잔뜩 움츠러든 이들 중간관리자의 어깨를 펴주고 새로운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 리더들은 급변하는 환경을 이겨 나가기 위해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만, 중간관리자가 일하는 현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변화가 더디다.
특히 중간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변화를 함께 이끌어가야 할 젊은 세대 팀원들과 이해관계를 쌓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중간관리자에게 수평적 조직과 파괴적 혁신이란 단어는 또 다른 스트레스와 불안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직무 스트레스 검사를 해보면 중간관리자의 스트레스 수치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의 우울감과 무력감을 겪으면서 간신히 버티는 중간관리자들도 많다.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에는 1️⃣역할 모호성, 2️⃣역할 갈등, 3️⃣역할 과중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1️⃣역할 모호성은 주어진 역할에 적합한 정보를 얻기 어려울 때 발생한다.
2️⃣역할 갈등은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할 때 그 과정이 쉽지 않아 발생한다.
3️⃣역할 과중은 주어진 시간 내에 해결이 어려운 일을 맡아 결정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한국 조직의 중간관리자들은 이 세 가지 어려움을 모두 겪고 있다. 수평적 조직에서 중간관리자는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변화에 불안하다.(역할 모호성)
과거에는 중간에서 관리&감독만 잘 하면 됐지만, 최근에는 실무형 리더를 원하는 조직이 많아졌기에 실무를 하면서 동시에 피드백 등의 조직 및 인재 관리도 같이 해내야 한다.(역할 갈등)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일할 시간은 짧아졌는데 일의 양과 요구되는 성과의 수준은 동일하다 보니 퇴근한 팀원들을 대신해서 팀장이 남모르게 메워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역할 과중)
이처럼 세 가지 직무 스트레스가 동시에 발생함으로 인해 중간관리자들의 번아웃 증후군과 우울감, 무력감 등의 유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기력해진 중간관리자에게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1️⃣중간관리자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 강화 교육이 중요하다. 변화하는 시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속에서 중간관리자는 어떤 역할을 더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직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
매일의 일상 업무에 치여 최신 견해를 스스로 습득하고 변화를 시도할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부족한 중간관리자들에게 자기개발과 사고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그 어떤 지원보다 시급하다.
특히 중간관리자들이 젊은 세대 팀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서로 다른 세대 간의 갈등은 상호 간의 이직률 증가와 업무 몰입도 저하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조직은 중간관리자가 젊은 세대 팀원을 잘 리드할 수 있는 ‘코치’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시자, 감독자가 아니라 같이 뛰는 코치로 어떻게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중간관리자들에게 소통, 피드백, 멘토링에 대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2️⃣중간관리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동기부여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중간관리자들에게 업무 재량권을 더 많이 부여하여, 자기 효능감과 일의 의미를 높여주는 내재적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중간관리자가 전략 및 실행, 책임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전적인 위임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CEO 역시 직접 결정을 내리는 역할이 아닌, 조직원들이 결정하는 것을 돕는 역할로의 전환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한 명의 생각이 결코 다수의 의견보다 낫기 어려운 복잡한 업무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무에 대한 재량권과 성취감을 갖게 해 중간관리자가 업무에 더욱 몰입하고 성장을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3️⃣중간관리자의 정신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조직에서 스트레스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중간관리자인 경우가 많다.
사람은 외부의 스트레스를 두 방향으로 해결한다. 내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외부로 던지거나. 둘 중 어떤 경우도 중간관리자와 조직에게 이롭지 않다.
과도하게 내적으로 받아들인 중간관리자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 번아웃에 빠진다. 정서적 소진, 냉소주의, 낮은 업무 몰입도를 보이거나 이직, 퇴사 등을 하게 된다.
반면 중간관리자가 스트레스를 외부로 던질 경우, 분노로 표출된다. 중간관리자 주변의 조직을 멍들게 하고, 구성원의 성과 저하, 이탈로 결론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들이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심리적 환경과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심리적 안전감이 중간관리자를 변화의 허리로 세우는 데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의 뇌는 생존에 매우 민감하게 세팅돼 있다. 매일 내가 살아남을 것인가 아닌가를 탐색 과제로 삼는다. 그리고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는 모든 여력을 오직 자기방어에 쏟게 된다.
우리의 뇌는 안전한 환경이어야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지식 생산자로서, 변혁을 위한 디자인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혁신과 창의성을 논하기에 앞서 안심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요즘 위기에 놓여 있는 중간관리자가 많다. 그러나 동시에 더 큰 역할로 전환하기 위해 거쳐 가야만 하는 불가피한 시행착오의 단계로 볼 수도 있다. 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조직이 변혁의 시대에 먼저 웃는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