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리서처 성장기 CH 1.
1화
<은희님, 우리 고객이 누군지 아세요?>
저는 산업디자인학부를 졸업하고, 짧은 기간 디자인 연구를 공부하다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직무를 변경하여 크래프톤 벨루가 팀에서 유저 리서처로 일하고 있습니다. 컨셉츄얼한 디자인을 하던 학부 시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디자인 프로세스(discover-define-develop-deliver) 전 과정을 경험하며 디자인을 배웠고,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조직 내에서 처음으로 일해보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을 땐 학교에서 배웠던 개념과 실무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용자를 이해하고, 사용자가 사용하기 편리하게 제품을 디자인하기, 배운 대로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었지요. 그래서인지 리서처로 처음 일하게 되었을 때 받게 된 질문에 저는 의아했습니다.
“은희님, 우리의 고객이 누군지 아세요?”
저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우리 제품의 사용자’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충격적입니다.
“아니에요. 우리의 고객은, 우리 팀입니다.”
이럴 수가, 내 고객이 제품의 사용자가 아니라 우리 팀이라니 상상도 못 했던 대답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 당연한 말이었습니다. 디자이너로 일할 땐, 디자인이 결과물이었고 디자인을 사용하는 사람인 제품의 사용자가 고객이었습니다. 하지만 리서처로 일할 때 나의 결과물은 인사이트입니다. 인사이트를 사용하는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팀입니다. 당연히 프로덕트 인사이트팀(벨루가팀의 유저 리서치 파트 조직명)의 고객은 팀 내부 사람들이었던 것이죠. **프로덕트 인사이트팀이 하는 일은, 제품의 사용자들을 다양한 도구로 조사하여 인사이트를 만들어내고, 인사이트로 조직에서 논의를 끌어내 의사결정을 돕는 일이었습니다.**
프로덕트 인사이트팀은 팀에서 만들어낸 지식 중 필요한 요소만 쏙쏙 뽑아 제품 전략, 비즈니스 전략, 제품 개발, 기술 개발 의사결정권자에게 전달합니다. 의사결정권자는 전략, 제품, 기술 플래닝 단계에서 인사이트팀의 지식을 나침반 삼아 타깃과 우선순위를 결정합니다. 인사이트팀의 지식은 조직 차원에서 쓰이기도 합니다. 초기 조직일수록 팀원들이 비전에 공감하고 제품에 대해 같은 이해도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정렬이 깨지면 제품도 점점 중구난방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죠. 인사이트팀은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제품, 비전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여 각자가 이해하고 있는 제품 가치를 얼라인시킵니다. 중요도가 높은 의사결정 과정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우리 제품이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조직 전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조직마다 리서치팀의 영향력은 차이가 납니다. 조직의 어느 성장 단계에서 리서치팀이 꾸려졌느냐에 따라 조직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기능 하나에만 영향을 줄 수도 있지요. 운이 좋게도 벨루가팀의 프로덕트 인사이트팀은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구성되었기 때문에 제품 전략, 사업 전략, 기술 개발 등 조직 전반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벨루가 인사이트팀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일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협업 관계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유저리서처로 성장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고, 병아리 리서처인 저는 열심히 배우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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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역할을 제가 어떻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