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단순 무식해요. 아내(국사 교사)는 저더러 늘 상식이 부족하다고 해요. 하하. 개발자들이 보통 그렇습니다. 컴퓨터가 입력한 대로 답이 나오는 기계잖아요. 컴퓨터한테 '너 오늘 기분은 어때' 이렇게 묻지 않죠. 정서적 교감이 없는 일을 하다 보니 성격이 무미건조해져요. 그런데 이 단순 무식함이 살아가는 데 종종 힘이 됩니다. 단순하니 인생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뭐 있느냐는 태도가 생겼고, 무식하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습니다." "기능을 최대한 단순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예컨대 저희 앱은 휴대폰 인증 없이 동네 인증만 하면 가입돼요. 물품 등록 과정도 간단하게 했고요. 이용 후기 보면 간편해서 좋다는 반응이 많아요. 그런데 단순하게 만드는 게 정말 힘들어요. 보안 등 보이지 않는 기술적 방어 로직을 더 철저하게 해야 하거든요." 세상사 복잡한데 마음 비우고 단순하게 살기가 더 힘든 것과 닮은꼴이다. "동네 이웃을 연결해 효율과 따뜻함을 만드는 지역 기반 플랫폼. 이게 저희 비전이에요.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이뤄지지만 결국 서비스를 쓰는 이용자는 오프라인의 사람이에요. 동네 사람을 관찰하려고 초창기에 아파트 단지가 많은 판교에 사무실을 뒀어요. 직원이 열 명 있을 때인데 둘씩 짝을 지어 지역 맘들을 만나 '밥 토크'를 했어요. 밥 먹으면서 이용 후기를 듣는 거였어요. 조각 케이크 하나라도 선물해 드렸죠. 똑같은 글꼴로 된 온라인상 피드백보다는 말로 듣는 후기가 훨씬 생생했어요. 세세한 감정과 반응이 한 올 한 올 살아있으니까." "자신이 실생활에 필요해서 만드는 서비스야말로 먹힌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이 둘(여섯 살, 아홉 살) 아빠다 보니 맘 카페에서 육아 용품 중고 거래가 활발한 게 눈에 들어왔어요. 지금 저더러 20~30대가 쓰는 데이팅 앱을 만들라고 하면 못 만들어요. 제 관심 대상이 아니니까요." "스스로 내 서비스의 고객이 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당근 앱도 자주 쓴다고 했다. 아이디는 '쑥쑥나무'. 첫째 아이 유치원 첫 반 이름이다." 단순 무식함에서 나오는 '심플함', 동네 이웃을 연결해주는 '따뜻함', 사업자 본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실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낸 '진정성'. '당근마켓'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팬으로 만들고 있는 비결. 당근마켓 김재현 공동대표 인터뷰.

[아무튼, 주말] 거래액 152배 쑥, "난 단순무식...인생도 앱도 심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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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31일 오후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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