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잘 맞는 업무를 찾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렵다> 통기타를 배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F코드에서 좌절하고 그만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검지를 이용해서 1번 줄과 6번 줄을 동시에 눌러 소리를 낸 다는 것이 너무 어려울 뿐더러, 그러한 손 모양으로 빠르게 변환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F코드를 잡을 수 있게 되면 자연스레 더 많은 종류의 코드를 잡을 수 있게 되면서 훨씬 많은 곡들을 연주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내가 기타를 치는 것을 재밌어하는지는 최소한 이 시점에서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발 업무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설령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공부해 입사까지 성공 했다고 해도, 내가 어떤 종류의 개발을 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고 몰입을 할 수 있는지 찾으려면 또 일정 시간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앞으로 이 노력의 과정을 "터널을 지난다"라고 부르겠습니다. 터널의 길이는 업무의 종류에 따라 사람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에 따라 어떤 업무는 정말 얕은 지식과 숙련도만 가지고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반면, 어떤 업무는 깊은 지식과 높은 숙련도가 있어야만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터널을 지나 해당 업무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면 가능한 비슷한 종류의 업무들을 하면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방법도 있고, 더 재밌어 보이는 것을 찾아서 다른 업무를 위한 터널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를 자주 반복하고 있네요.) 한편 힘들게 긴 터널을 지났는데 결국엔 나랑은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밝혀질 때도 많습니다. 세상 모든 게 그렇듯 이것 역시 운의 영역입니다. 운이 좋게도 주어진 업무만 하다가도 본인에게 맞는 일들을 많이 찾게 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의도를 가지고 노력해도 꽤나 긴 시간이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다행인 건 한번 긴 터널을 지나본 경험이 있다면, 전혀 관계 없는 일을 위한 터널을 지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바로 자기 효용성 때문입니다. 지금은 이해가 안 가서 너무 답답하고 막막한 일들을 대할 때 과거에도 겪었지만 결국엔 즐겁게 해낸 기억을 떠올리며 버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회사에서 하고 싶은 종류의 일만 골라서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기 싫은 일도 어떻게든 해내는 연습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실 오늘 글을 쓰게 된 건 면담에서 "스스로 재밌다고 느끼는 업무는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을 받아서입니다. 팀원이 좀 더 주도적으로 업무를 해봤으면 하는 마음에 “본인이 하고 싶은 업무를 먼저 알려주세요”라고 종종 이야기하곤 했는데 어제는 반대로 해당 질문을 받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니 그냥 업무를 해보면 아는 것 아닌가?"라고 단순히 생각했다가 이내 저도 주니어 때 어떠한 업무가 재밌다고 느낀 적이 딱히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돌이켜보니 저는 첫 이직 때 면접에서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그때 면접관께서 "주니어 때는 커리어의 연속성보다는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보며 본인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 나가는 게 좋다" 라는 훌륭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혹시 비슷한 고민에 빠져 계신 분들이 있다면 "누구나 겪고 있고, 원래 쉽지 않은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계속 다양한 일들에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단, 매번 터널 초입에서 “이건 나랑 안 맞는 것 같아”라고 돌아가는걸 너무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요! P.S. 요즘 4년 만에 프론트엔드 공부를 하며 업무에도 조금씩 활용하고 있는데 너무 재밌습니다. 그동안 프론트엔드는 나랑 안 맞는 귀찮기만 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성향은 바뀌기도 합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2년 7월 29일 오전 3:59

 • 

저장 86조회 7,107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