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밀림의 왕이다(자존감 수업)

오랫동안 나는 사자가 말 그대로 '밀림의 왕'이라고 생각했다. 새끼들과 놀다가 배가 고프면 어슬렁어슬렁 사냥이나 다니며 편하게 사는 줄 알았다. 맘먹으면 얼룩말쯤은 얼마든지 잡고 사자가 나타나면 코끼리나 악어도 꼬리를 내리고 도망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자의 삶도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걸 얼마 전에야 알게 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하마에게 공격당하는 사자를 보았다. 새끼를 잃은 어미 하마의 복수였다. 하마의 공격을 받고 내팽개쳐진 사자는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겨우 버티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자의 삶도 꽤나 힘들어 보였다. 독수리, 하이에나 등 맹수들이 틈만 나면 보금자리를 위협했고, 새끼들이 공격당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혼자 하는 사냥도 쉽지 않았다. 내 생각과 달리 얼룩말은 빠른 속도로 도망을 쳤고, 심지어 뒷발로 사자를 걷어차기도 했다. 제대로 맞으면 사자의 턱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강력한 펀치였다. 동물의 왕이라고 여겼던 사자가 뱀에 물려 죽기도 하고 코끼리에게 밟힐까 봐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치기도 했다. 고단한 사자를 보는데 눈물이 찔끔했다. 내가 그렇게 부러워했던 사자였는데, 사자처럼 되고 싶었는데, 정작 사자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슬픈 사자의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중심에 서 있고 싶고, 가족은 나만 믿고 있는데 알고 보니 세상엔 우리를 위협하는 것투성이다. 지금도 힘겨운데 매번 전력 질주를 해야 하고, 누굴 앞질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지친 사자처럼 대한민국이라는 정글에서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지금은 잠시 고된 육아와 생활 전선에서 지쳐가지만, 우리는 모두 사자보다 멋지고 뛰어난 왕이다. 가족에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아들딸이자 부모, 배우자이고, 많은 위기를 견뎌낸 전사이자 꿋꿋하게 삶을 지켜낸 영웅이다. 가끔은 예기치 못한 공격에 중심을 잃기도 하고, 슬픔과 절망 속에서 울부짖기도 하겠지만 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불 꺼진 방 안에서 숨죽여 울어도 괜찮다. 약해서가 아니다. 인간이라 그렇다. 어떤 순간에도 잊지 말자. 당신은 밀림의 왕이다. 세상의 중심이다. 당신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다. - 자존감 수업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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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5일 오후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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