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서글한 디자인> “모든 것이 디자인은 아니다. 그러나 디자인은 모든 것과 관련 있다.” — 디자인으로 세상을 배웁니다. * 35살까지만. 한 때 빌런이 재조명을 받아 신선한 담론들이 오갔던 때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면 빌런들이 얼마나 지적이며 목표지향적으로 열정적이고 창의적인지를요. 우스갯 소리로 요즘 마블 세계에서는 박사학위 없으면 빌런명함도 못 내민다고도 합니다.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포기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도하는 도전정신은 물론 본받을만 하지만 그래도 빌런은 빌런이지요. 왜 그런가요? 빌런의 결과는 상당히 파괴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직에서 빌런과 히어로는 유사한데 그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파괴적이냐 건설적이냐에 따라 분명히 갈리는 것 같습니다. 언뜻 빌런인지, 히어로인지 구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둘 다 “무언가”를 “지향”하고 퍼포먼스를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퍼포먼스의 양상을 통해 추론하면 그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지향” 해왔는가를 비로소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를 잘 파악하기란 여간 통찰력이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아래에서 위를 향하는 시점에서보다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 시점에서 잘 파악하기란 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 교수에 의하면 빌런의 꼭지점에는 권력이 있고 히어로에게는 성취가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권력을 소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들이 있는데 이를 발췌해 보면 어떤 사람이 빌런인지를 알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빌런 감별법 ——————- -인재를 소진하느냐. -자신의 과오까지 덮여 씌우느냐. -막판까지 잘 협의되고 조율된 방향을 자기 말한마디로 바꾸는 것에 쾌감을 느낌. -저성과자들을 팀원으로 배치해 보면 알수있음. ————— 저는 여기에, -자기가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음. ——————————————————- 이 하나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이 사항은 여러가지를 시사하지요. 위에 나열된 사항들을 일부 포괄하면서요. 파괴력도 상당합니다. 이 말을 바꾸면, ——————————————————- -“Next”를 항상 준비하고 있느냐 ——————————————————-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지금 (당신이 떠나도) 당신의 팀에서 당신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 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오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즉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저는 슈퍼 히어로라고 생각합니다. (3초를 넘기면 빌런) 어떤 사람이 진짜 리더인가 볼 때,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리더를 평소 준비하고 ***양성***해 온 사람이라면 분명할 것 같다고요. 자기가 없어도 일이 돌아가게끔 만드는 ***시스템*** 또한 구체적으로 만들어 왔을 거고요. 제목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35살까지”란 표현을 마음에 담은 것은 십 년도 더 넘은 일입니다. 에이전시 시절 저에게 정말 많은 것을 안겨 준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업계에 주목을 받았고 디자인적으로도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산업에 적극 개입하는 디자인 경향은 태생적인 속성으로 20세기 초반부터 있어 왔는데 현대에 이르러 개념을 정리하는 사람의 전문성이나 커리어에 따라 “디자인 씽킹”, “디자인 경영”, “브랜딩”, “통합디자인”, “비주얼 마케팅”, “지적자본”, 최근 “미학 비즈니스”까지 그 흐름이 있습니다. 이 흐름에는 용어들은 각기 다르지만 제품이나 서비스 등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철학, 브랜드 정체성을 구체화하는 수단으로 디자인이 핵심적 기능(Not only 시각화)을 하는 일관된 특성이 존재합니다. 당시 그 프로젝트 덕분에 이러한 흐름을 잘 타게 되어 전문가가 해당 영역을 리드하고 책임을 맡고 다른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일의 방식을 일찍부터 경험하며 커리어를 이어올 수 있었던, 디자이너로서는 흔치 않은 행운을 누렸습니다. 한번은 오너 사장님께서 점심 자리를 마련해 주셨는데, 9평 남짓한 공간에 그날 그날에 따라 요리가 나오는 작은 식당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몹시도 즐기신다는 사장님과의 소박한 점심시간 우리의 디자인에 대해 즐겁게 대화가 오가던 중 문득 사장님께서 저희 대표님에게 질문하셨습니다. - 나이가 어떻게 되요? 
 저희 대표님은 34살이라고 답했고 사장님께서는 35살까지는 맘껏 자랑해도 된다, 자기가 커야 하는 시기에는 자기자랑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제 뇌리에 남을 한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그 이후에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요. 저는 이 두 문장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던 저에게 “35살”이란 가깝고도 먼 미래 같았고 “사람을 키울 수 있을 만큼” 뭔가를 이룬 시기인가 막연히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어느덧 35살을 훌쩍 넘었지만 그때 그 말씀 속 “35살”이 단지 물리적인 나이를 의미하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 나는 “35살”에 이르렀나? 자문해 봅니다. 나는 아직도 내 자랑이 필요한가, 사람을 키워야 할 때인가. 생각보다 간단한 것 같지 않더군요. 우선 내가 과연 그 “35살”인가, 한참 먼 것 같은데, 될 수는 있는가, 혹 그 경계에서는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생각들.. 그리고 아울러 “Next”를 준비해 온 리더들이 많고, 그 리더들이 조직에서 신뢰와 인정을 받는 문화 속에 내가 있는지도 중요할테지요. 아까 대답에 3초를 넘기면 빌런이라고 단언했는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말로 빌런에겐 자기가 없는 미래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짧게나마 자기가 없인 아무 것도 진행되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던 리더를 R석에서 직관한 적이 있었는데 회사의 발전이 더디거나 정체되는 일에는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복잡다단한 직장 생활 속에서도 흑화(?)되지 않고 성취를 이루어 가는 것과 동시에 “Next”를 만들어 가는 히어로(리더)가 되신 분들이 새삼 존경스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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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9일 오전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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