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가 소외시키는 것.

ChatGPT와 관련해, 주목하고 싶은 변화는 ‘디지털 데이터를 기초로 한 의사결정에 대한 의존 강화’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에 등장하는 특정 지역의 방문 데이터를 활용해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카페를 만든다거나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 전 세계에 흩어진 데이터를 긁어모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똑똑하게 처리해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아이디어는 더없이 훌륭해 보인다. 어라, 그런데 이상하다. 우리 할머니는 SNS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 어느 앱에도 리뷰를 남긴 적 또한 없다.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의 자료를 바탕으로 의사결정한다면, 그럼 우리 할머니 의견은 누가 반영해 주나? 우리 할머니 같은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자(65세 이상 인구)는 901만 8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이며 '25년에는 20.6%로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산업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우리를 좋은 의사결정으로 이끌어준다는 생각은, 아직까진 환상에 가깝다.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Sandy)가 미국 동부해안을 강타했을 때,트위터는 무슨 일이 어디에서 벌어지고, 실시간 사건현장을 중계하는 역할을 했다. 2012년 10월 27일에서 11월 1일 사이에 관련 트윗이 2천만 건이 넘었다. 이 정도면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이상적인 데이터로 보인다. 그러나, 나중에 분석해 보니 샌디에 관해 가장 많은 트윗이 발생한 곳은 맨해튼이었고, 로커웨이와 코니아일랜드에서는 매우 적었다. 맨해튼의 지하철이 잠긴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가 다른 곳에 비해 그리 큰 곳은 아니었다. 로커웨이와 코니아일랜드에 트윗이 적었던 이유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두 명 중 한 명만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 앞서 허리케인 샌디의 예시처럼, 독일에서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활용해서 어떤 판단을 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무려 절반의 인구를 무시하게 되는 셈이다. 단순히 사용률뿐만 아니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업로드하는 사람이 그것을 보는 사람이 비해 굉장히 적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ChatGPT가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렌즈라면, 이 렌즈는 세상의 극히 일부만을 보여주는 왜곡된 렌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는 확실히 그렇다. 단기적으로 해소될 가능성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이 데려올 미래에 사람들은 쉽게 흥분한다. 새로운 기술이 좋아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던 것에 비해 어떤 면에서든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는 즉, 새로운 기술이 이전보다 강력한 불평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도블록에 점자블록을 넣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누가 살 수 있겠는가? 보도블록 사업을 할 때는 점자블록에 대한 계획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무엇인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그것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만큼 중요한 것은 ‘그것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어떤 블록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다.

ChatGPT가 소외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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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5일 오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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