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 보여준 스토리텔링의 정석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중요한 이유 지난 주말, 주얼리 상품 상담을 위해 ‘여의도 더 현대’를 방문했습니다. 흔히들 주얼리 상담까지 오픈런을 해야 한다고 알고 계시듯, 관심 있는 모든 매장에 대기 명부를 작성해 두었죠. 그중에서도 단연 높은 인기와 대기열을 자랑했던 매장은 샤넬의 ‘코코 크러쉬’ 팝업 스토어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이 팝업스토어 마지막 날이었더군요. 샤넬 상담 예약을 기다리는 동안 타 브랜드의 주얼리 매장에서도 상담을 받았습니다. 제품 상담부터 가격 견적까지 친절한 기계처럼 설명받다 보니 참 친절해서 좋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상담이 끝나고 적어주는 메모와 명함은 포장만 다를 뿐 같은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죠. 하지만, 마침내 1시간 남짓 만에 입장하게 된 샤넬 팝업스토어에는 일반적인 상담 프로세스와는 다르게 디테일이 숨겨져 있는 그들만의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었습니다. ---------- ✅나도 모르게 샤넬 속으로 (도입) 샤넬의 팝업 스토어는 밖에서 내부 구조를 제대로 볼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내 차례가 되어 적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서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들이 준비해 둔 공간과 스토리가 어떤지 볼 수가 없죠. 상담을 받으러 들어가는 스무 걸음이 채 되지 않는 공간까지 최소 세 명 이상의 멋진 직원이 따라붙습니다. 입장안내, 입장동선안내, 공간소개까지 각기 다른 세 분이 안내를 해주죠. 고객은 마치 내가 이 브랜드의 VIP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그들이 짜놓은 철저한 동선에 따라 브랜드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샤넬의 스토리텔러는 “이 공간은 우리가 어릴 적에 꿈에 그리는 스타들이 가득한 방 콘셉트로...” 등의 말로 스토리텔링을 시작합니다. 제니를 포함한 샤넬 ‘코코크러쉬’ 제품 모델들의 브로마이드로 가득한 방 콘셉트를 설명하고 나면, 마치 내가 그 이야기 속 진짜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죠. 고객들의 주의가 끌렸을 때쯤 스토리텔러는 고객 자리 앞마다 놓인 작은 TV 스크린을 틀고 마침내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샤넬 스토리텔링의 주인공은 바로 나야 나 (전개) 그들이 준비한 스토리텔링은 고객이 원하는 배우의 광고 영상에 간단한 선택형 스토리를 넣어 고객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의 제품을 추천해 준다는 콘셉트였습니다. 고객은 영상 속 모델부터 스토리까지 중간중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뭘 선택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고객이 멍하니 그들의 스토리를 보는 것이 아닌 그들이 짜놓은 스토리에 ‘참여’하게끔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고객은 자신도 모르게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요즘 많은 브랜드가 SNS에서 자연스럽게 퍼지는 ‘내 직장상사유형’, ‘내 업무스타일에 맞는 동물 유형’과 같은 심리테스트 형태의 마케팅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얼핏 보면 고객 자신의 선택으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브랜드 마케팅 전략의 한 단계일 뿐이죠. 샤넬은 작은 스크린 속 영상에서도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면서 자신들의 브랜드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게끔 유도하고 있습니다. ✅떠나는 그 순간까지 충성! (마무리) 제품 상담이 끝나면 고객이 처음 그 공간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멋진 직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퇴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이라면 이야기가 아쉽죠? 그들의 공간 스토리텔링 대단원의 막은 완전히 고객이 팝업스토어를 나갈 때까지 내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퇴장 문 앞에서 “자, 우리 이야기 어땠어? 여기 QR 찍어볼래?” 하고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고객 데이터를 남김과 동시에 해당 팝업스토어를 통해서만 받을 수 있는 굿즈까지 제공하는 것이죠. 20분 남짓한 잠깐의 체험이었지만 그들이 준비해 둔 공간에서 그들이 짜놓은 스토리라인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비디오테이프 모양의 주얼리 케이스부터 디테일하게 짜인 공간 디자인까지 마케터로서 그들의 고뇌가 얼마나 디테일하게 담겼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 ✅마케팅에서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찾아보면 제품에 브랜드만의 스토리를 부여함으로써 나의 제품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 준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맞습니다. 저도 그랬듯 샤넬의 제품은 스토리텔링이 담겨서 뭔가 특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샤넬 팝업스토어가 보여준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거기서 끝이 아니죠. 바로, 공간을 중심으로 한 ‘고객 참여형’ 스토리텔링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새롭습니다. 나도 모르게 브랜드의 스토리 속에 빠져드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 샤넬은 이런 이야기 흐름에 대한 디테일을 심어두었습니다. 1) 방문하는 고객마다 각자의 작은 방에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하는 공간 디자인 2) 공간에 대한 콘셉트 소개를 통해 고객이 어느 공간에 있는지 상상과 몰입을 유도 3) 작은 TV 영상을 통해 고객의 주의 집중 4) 영상 속 고객이 원하는 스타 선택, 선택형 영상을 통해 고객이 주체가 되도록 유도 5) 스토리라인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제품의 작은 디테일 또한 스토리 안에 있는 콘셉트를 유지 6) 퇴장하는 순간까지 샤넬 브랜드에 대한 충성 고객 유치 샤넬은 이처럼 우리 제품만이 특별한 게 아니고, 우리 제품을 착용하는 고객까지 특별하게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잊지 못할 경험을 만들어주기도 하죠.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분석하다 보면 참으로도 재밌으면서도 가끔은 아쉽기도 하지만 프로 스토리텔러인 저에게 이번 샤넬 팝업스토어는 큰 배움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 브랜드도 고객들이 빠져들만한 공간과 스토리텔링이 필요하시다면, 함께 고민해시죠. 메타버스 김프로였습니다. 브런치 '메타버스 김프로'의 [김선생의 마케팅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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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2일 오전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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