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곁에서 보내는 하루 Day1
코끼리 열차를 타고, 미술관으로
대공원역에서 내려 서울대공원 입구에서 코끼리 열차를 탑니다. 코끼리 열차가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면서 동물원 사이를 헤쳐 나가면 어린이는 한껏 신나고 어른도 조금은 신이 납니다. MMCA 과천관은 자연을 그대로 품은 미술관입니다. 야외 전시실에는 다양한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그 근처를 거닐기만 해도 좋습니다. 조각 작품을 둘러싼 미술관 전경이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꿔가는 것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특별한 매력 중 하나입니다. 가족 중심 미술관답게 수유실과 유모차를 둘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지금 MMCA 과천관에서는 예술과 자연, 놀이를 주제로 과천관 안팎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과천 미술관 풍경을 현대 미술작가들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실감형 콘텐츠를 접할 수 있습니다. 김태동 작가의 <미술관 풍경>은 미술관의 밖과 안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축적된 자연의 이미지를 모으고 엮은 콜라주 작품입니다. 미술관을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지나쳐 온 미술관 밖의 풍경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원하는 색과 풍경으로 퍼즐을 맞춰 볼 수도 있습니다.
-
피카소의 도상 찾기
그리고 또 다른 전시관에서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진행 중이에요. 이번 컬렉션 전시에서는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카미유 피사로, 클로드 모네, 폴 고갱,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호안 미로의 회화와 피카소의 도자 작품 90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 전시는 한때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거장들 사이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추어 전시를 구성했습니다.
피카소의 회화 작업이 아니라서 실망한 분들도 있을 것 같지만, 사실 피카소의 도자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피카소가 회화가 아니라 도자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거고요. 피카소는 60세가 넘어서 도자 작업에 심취했고 도자 장인들과 협업하여 약 650개에 달하는 도자 소재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피카소의 회화에 등장하는 많은 도상을 에칭이나 판화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도자에 찍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자라는 매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 누구나 피카소의 작품을 접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도 공감했다고 해요. 어린이의 손을 잡고 원형 전시장을 걸으며 다양한 도자 작품에서 피카소의 도상을 발견하고 유추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미술관 옆 캠핑장
서울 어린이대공원은 ‘어린이대공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가족친화적인 장소입니다. 어린이 미술관이 있는 몇 안 되는 미술관 중 하나고요. 동물원, 식물원, 미술관 그리고 캠핑장까지. 동식물을 살펴보고 예술도 만끽할 수 있는 드문 공간이랄까요. 그중 서울대공원 캠핑장은 인기가 많은 서울 근교의 캠핑장 중 하나입니다. 주말에는 서울대공원 이용객이 많아 주차장 이용이 편치 않으니 코끼리 열차나, 캠핑장에서 운영하는 전기 카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해요. 캠핑장 매표소를 지나 야영장까지 가는 길에는 방문자 센터와 매점이 있습니다. 캠핑 장비를 이것저것 구비해 가지 않아도 방문자 센터와 매점에서 캠핑에 필요한 각종 도구나 재료를 대여하거나 구매할 수 있습니다. 바베큐를 위한 용품과 음식,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과 기저귀까지도요.
즉석에서 구워 먹는 바베큐와 갓 끓인 라면 등 다양한 캠핑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나무 사이 흙길, 냇가 주변을 거닐어요. 하절기에 방문하면 다양한 곤충도 볼 수 있고요. 어린이들이 즐겨 하는 동물의 숲 게임을 현실에서 해보는 거죠. 캠핑장에서 보내는 하루만큼은 일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잠시 잊고 숲과 흙 내음을 즐기고, 맑은 공기를 느껴보며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자연 곁에서 하루를 묵은 후에 다음날 이른 아침, 아직 인파가 몰리지 않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미술관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