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리는 주객이 전도된 채 그저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를 모으려고 집착에 가까운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비싼 서드파티 툴을 도입하고, 그 서드파티 툴을 우리 서비스에 맞게 세팅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소비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수많은 데이터들에 점점 둔감해집니다. 관심이 점점 떨어져 보지 않는 데이터가 생기기도 하고, 우리 비즈니스의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초기 세팅을 바꾸기가 어려워서 지금까지 수집해 오던 데이터를 그대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데이터를 모으려고 하는 이유는 뭔가요? 우리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데이터를 정확하게 해석했을 때 비로소 명확해집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른 데이터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과정을 도식화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개선했을 때 문제가 해결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왜'를 정의하는 과정이 바로 '택소노미 설계'입니다. 가장 간단하게 시작하는 택소노미 설계는 다음과 같습니다(제가 사용하는 프레임워크입니다).
1. 측정 가능한 최종 목표(전환목표) 설정
2. 최종 목표에서부터 역방향으로 마일스톤 정리
3. 각각의 마일스톤을 측정할 수 있는 액션 정의
4. 마일스톤을 따라 이벤트를 세팅하고 관찰
5. 더 깊게 관찰해야 할 이벤트가 생겼다면, 해당 이벤트를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고 1~3 반복
데이터를 보는 행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문제를 왜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데이터를 보는 것도 의미가 없을뿐더러,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도 없습니다. 가장 좋지 않은 시작이 바로 ‘우리의 목표는 매출이다’ 하는 식의 의미 없고 모호한 목표 설정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