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의 시대에 비효율적인 기록이란...
다른 게 아니라 펜과 종이로 직접 손으로 작성하는 기록이다. 원하는 키워드만 빠르게 검색할 수도 없고, 편집하기도 어렵고, 상황에 따라 효율적으로 분류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분실이나 훼손될 위험도 크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비효율적인 아이디어 기록으로 마케팅 역량을 길러보고자 마음먹었다.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라이언 홀리데이의 독서 기록 법으로 알려진 Commonplace book을 작성하는 식으로 말이다.
2️⃣ Commonplace book?
뜻: 비망록 (특히 과거에 책이나 시집 등에서 어떤 구절을 옮겨 적고 나름의 감상을 덧붙이곤 하는 노트)
Commonplace book의 가장 큰 특징은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문장에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그 내용을 모두 손으로 직접 옮겨 쓰는 작업이다.
3️⃣ 나만의 Commonplace book (비망록) 작성하는 법
① 일단 책을 읽고, ② 인상적인 문장은 노트에 따로 적어둔 뒤, ③ 일주일에 한 번씩 노트를 살펴보며 그중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카드에 옮겨 적고 ④ 카드를 키워드 별로 보관한다. 카드 작성법은 아래와 같다.
4️⃣ 카드 작성법
- 오른쪽 상단에는 키워드를 적는다
- 본문에는 노트에 기록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 및 요약해서 기록한다
- 카드 뒷면에는 출처를 적는다
- 키워드별로 카드를 분류하여 보관한다.
5️⃣ Commonplace book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1) 미래에 대한 방향을 설정할 때
나는 요새 마케팅 현직자들의 인터뷰를 보고 있는데, 그들이 어떤 일을 어떤 의사결정에 따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업무에 임하는지, 왜 이 일에 매력을 느끼는지, 향후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등을 기록해두고 '일' 키워드를 붙이고 있다.
이전에는 기록하는 행위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이 기록을 다시 살펴볼 일은 별로 없었는데, 카드로 분류해둔 덕분에 주기적으로 살펴보기 매우 쉬워졌다. 이러한 기록들을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회고함으로써, 일에 대한 나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고 체화하려고 한다.
갑자기 면접이나 자소서를 써야 할 때나, 친구들과의 대화 중 '왜 갑자기 마케터로 직무를 변경했는지'와 같은 질문이 나왔을 때. 이런 기록들이 이미 내 안에 내재되어 있다면 당황하지 않고 설득력 있게 나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2) 정보를 편집하고 재구성하는 역량을 기르고자 할 때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는 편집(에디팅) 역량이 무척 중요하다. 다양한 출처에서 기록해둔 문장들을 카드로 만들어두면, 서로 다른 범주에 있는 다른 카드들과 섞어서 새로운 정보를 만들기도 쉬워진다.
나는 앞으로 일요일 밤 10시 50분에 한 주간 노트에 적어둔 기록을 살펴보고 이들 중 가장 중요한 내용만 카드에 옮겨 적는 작업을 할 예정인데, 이때 기존의 카드들도 다시 살펴보며 서로 다른 카드들을 어떻게 구성하여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 때 쓸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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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로 카피부터 블로그 글 초안까지 다 작성할 수 있는 시대에서 굳이 손으로 쓴 기록을 고집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그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필사를 하며 느낀 점은, 손으로 쓰는 기록의 목적은 '아이디어의 기록'보다는 '아이디어의 체화'와 연관된다는 점이다. ChatGPT 프롬포트를 잘 쓰는 능력은 앞으로 꼭 필요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면접을 볼 때나 친구와 대화할 때 책상 밑에서 남몰래 손가락을 움직여서 ChatGPT에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최적의 대답이 무엇인지 물어볼 수는 없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대화하더라도, 심지어 내가 발언해야 할 시간이 아무리 촉박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타인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그래서 굳이 비효율적인 기록 방법을 고수하려 한다. 굳이 몸을 움직여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만큼 이를 반복하다 보면 어떤 상황이 다가와도 빼앗기지 않을 나만의 관점을 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잊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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